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면 헌재 창립 25년 만의 첫 헌재 재판관 출신 소장이 된다. 현 이강국 소장을 비롯해 윤영철·김용준 전 소장은 대법관 출신이었다.

이 후보자는 작년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적 가치관은 헌법재판관의 덕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법기관이 선례(先例)를 쉽게 바꾸면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법을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추천으로 헌재 재판관이 된 그는 국가 존립이나 사회질서 교란 범죄 등과 관련한 법익을 다루는 분야에서 보수적 목소리를 냈다.

사형제에 대해선 "사형 선고는 사회 방위를 위한 필요악(必要惡)"이라며 합헌 의견을 냈고, 미디어법 제정 절차를 놓고 '날치기' 논란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2011년 미디어법 권한쟁의 사건에선 '각하' 의견을 냈다. 또 헌재가 위헌 결정한 SNS·인터넷상 사전선거운동 규제에 대해서도 "후보자 간 조직 동원력이나 경제력에 따른 불균형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합헌 의견을,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규정과 관련해선 다수의견(헌법불합치 결정)과 달리 합헌 의견을 냈다.

반면 '개인의 권리 보호' 분야에선 진보적 의견을 냈다. 대표적으로 간통죄에 대해 "내밀한 성생활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개인 권리 침해"라며 위헌 의견을 냈고, 낙태죄 처벌도 위헌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민·형사법뿐 아니라 공정 거래 분야에 정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파기하는 판결을 많이 했다. 2005년 서울고법 부장 시절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 유족이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 공개 청구 사건에서 수사 기록 공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구 출신인 이 후보자는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73년 사시 15회에 합격했다. 1978년 판사가 돼 대법원 재판연구관, 헌재 연구부장, 서울가정법원·수원지법원장을 거쳤다.

이 후보자를 중심으로 구성될 '5기(期) 헌재'의 재판관(9명)들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과 임기가 겹친다. 박 당선인은 취임 후인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송두환 재판관 후임자를 인선하게 되며, 송 재판관 다음으로 선임(先任) 재판관인 박한철 재판관은 2017년 2월에야 임기가 끝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 재판관을 뺀 8명이 모두 이명박 정권하에서 임명됐다. 헌재의 보수적 색채가 강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