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 북단. 한 40대 남성이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갑자기 강물에 몸을 던졌다. 불과 한 달여 전 서울시가 이 다리에 자살 방지를 위해 '한 번만 더 힘내'라는 의미를 담은 동상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이 남성은 동상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뛰어내렸다. 영등포 수난구조대가 출동했지만, 이 남성은 결국 숨졌다.

마포대교처럼 투신자살 시도가 잦은 서울 한강 다리 25곳에 서울시가 이를 감시·긴급 구조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우선 마포대교와 서강대교에 이 시스템을 구축해 10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마포대교에 설치한 ‘한 번만 더’ 동상.

서울시는 마포·서강대교 양 방향에 각각 4개씩 총 16개 폴을 설치하고, 여기에 지능형 CCTV와 열 감지 카메라, 긴급 벨과 생명의 전화를 달았다. 이 감시 시스템은 다리에서 보행자가 난간으로 가 오랫동안 머무르거나 차량이 주행 중 갑자기 난간 옆에 정차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자동으로 영등포 수난구조대에 1차 경고 신호를 보내고, 실제 투신하면 수난구조대가 3분 안에 긴급 출동하도록 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시범 운영을 통해 투신자 행동 특성을 분석, 한강 다리 25곳 전체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오는 11월 반포 수난구조대를 새로 만들고, 현재 2개뿐인 영등포와 광진 수난구조대의 인력과 구조 장비도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수난구조대는 각각 20여명씩 7명이 3교대로 일하고 있다. 시는 당초 한강 다리에서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그물 설치, 난간 바깥쪽 강화유리 부착 등을 검토했지만 한강 경관을 해치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신 감시·구조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3~2011년 9년 동안 한강 다리에서는 총 1377건 투신 사고가 발생했다. 2003년 57건이던 투신 사고는 2009년 210건, 2010년 193건, 2011년 196건으로 2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투신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난 마포대교(171건)는 '자살대교'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다음으로 한강대교 138건, 원효대교 97건, 서강대교 81건 순이었다. 가장 적은 곳은 김포대교(1건)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마포대교 곳곳에 '사랑을 합시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등 자살 예방 메시지를 설치했지만, 그 뒤로도 2명이 투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