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00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한 국제법 회의에 참석하면서 주최 측이 제공한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으로는 다녀올 수 없다며 자신이 비즈니스 좌석표를 구입한 뒤 그 차액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해 받아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차액을 받고자 헌재에 제출한 영수증의 항공권과 실제 출장에 이용한 항공권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서영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9년 독일 국제법회의 주최 측이 이 후보자에게 '이코노미 좌석의 항공료만 제공할 수 있다'고 하자, 이 후보자가 개인 신용카드로 먼저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구입하고 차액 412만4070원을 헌재에 청구해 받아갔다"고 말했다.

서 의원실은 "그러나 이 후보자가 비즈니스 좌석을 구입했다고 헌재에 제출한 영수증에 나온 항공권을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후보자에게 당시 사용한 항공권을 알려 달라고 했으나,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 의원실은 이 후보자가 실제로는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하지 않고 차액만 챙긴 '항공권깡'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런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는 헌재의 부실한 규정도 한몫했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외국 출장을 공금으로 다녀오면 반드시 영수증 외에 인보이스(invoice·실제 사용한 항공권과 구입 내역을 담은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헌재는 이 후보자의 독일 출장에 대한 인보이스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서 의원실은 밝혔다. 여행사 관계자는 “인보이스 없는 영수증은 실제 항공권 구입을 입증하지 못한다”며 “일단 항공권을 구입했다가 바로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인보이스를 받지 않았으면서도 이 후보자에게 420만원의 차액을 지급했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독일 출장에 부인을 동반했던 이 후보자는 해당 국제법회의가 끝나고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가 헌재에 제출한 출장계획서에는 2009년 11월 14일 하이델베르크를 떠난 뒤 16일 베를린에 도착한 것으로 돼있다. 하이델베르크와 베를린의 거리는 476㎞로 서울-부산 거리와 비슷하다. 서 의원실은 “이 후보자가 베를린에 도착하기 전 다른 곳을 경유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를 수행했던 황모 헌재 연구관은 베를린에서 귀국했고, 이 후보자는 부인과 함께 체코 프라하로 이동해 3일간 머물다가 귀국했다고 서 의원실은 말했다. 이 후보자의 체코 방문 때문에 헌재가 외교통상부에 "체코 헌법재판소 방문을 주선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실제 방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서 의원실은 밝혔다.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가 2009년 독일 출장용으로 제출한 항공권 영수증. 서영교 의원실은 이 후보자가 영수증의 항공권을 실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