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기 고양 자유로.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했지만 차들은 제한 속도인 시속 90㎞가 넘는 속도로 달렸다. 이산포IC를 지나 구간 단속 카메라가 등장하자 차들은 400여m를 앞두고 속도를 급하게 줄였다. 차들은 3.3㎞ 커브 구간을 평균 시속 90㎞로 안전하게 달렸다. 이곳에 구간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2010년. 2008년에 33중 추돌사고가 난 이후다.

구간 단속은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의 전체 차로에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그 구간을 지나는 차량들의 평균 속도를 계산해 제한속도를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3일 경기도 자유로에 설치된 구간단속 카메라 아래로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은 구간 단속카메라가 설치된 전국의 15곳 중 6곳에 대해 설치 전후의 월평균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조사한 결과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08년 12월 구간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중부고속도로는 2006년 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2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하지만 설치 이후 2009년 10월까지 교통사고가 1건만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없었다. 월평균 교통사고 건수는 0.8건에서 0.06건으로 줄었다.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에서도 설치 전 일 년 동안 월평균 0.2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지만 설치 이후 일 년 동안은 교통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 평택과 충남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하행선도 설치 전후 월평균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0.5건에서 0.33건으로 줄었다. 상행선에서는 교통사고 건수는 0.38건에서 0.54건으로 42%포인트 늘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0.54명에서 0명으로 줄었다. 부상자 수도 2.79명에서 2.43명으로 감소했다. 무엇보다 차량의 평균 속도가 떨어진 것이 도움이 됐다. 6곳의 차량 평균 속도는 구간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이후 시속 35㎞가 떨어졌다.

구간 단속 카메라는 현재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 등 15곳에서 운영 중이다. 2006년 서해대교에서 29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이후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과 서해대교에 처음 도입됐다. 일반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운전자가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급하게 줄였다가 다시 가속하는 '캥거루 효과'가 나타나 터널이나 교량, 커브 구간 등 위험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적다. 도로교통공단은 "이런 구간에서는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가 일반 직선 도로보다 3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간 단속 카메라가 만능은 아니다. 도로교통공단 이호원 연구원은 "운전자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간은 10㎞ 정도"라고 했다. 2000만원대인 일반 단속 카메라에 비해 설치 비용이 5배나 돼 구간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