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가면서 수술을 받는 환자 나이도 고령화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겁나서 수술받지 못할 나이의 환자들이 기대 여명(餘命)이 길어지면서 수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지난 2007년 85세 이상 초고령자 수술 건수는 1만2869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1년에는 2만151명으로 뛰었다(건강보험공단 수술 통계). 최근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고령자들이 받는 수술은 노령화와 관련된 질병이다. 2011년 80세 이상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받은 수술은 백내장으로, 5만2000여건이다. 다음으로 척추 수술을 1만3000여건 받았다. 주로 척추뼈의 퇴행성 변화로 생긴 척추관 협착증이다. 심장 스텐트 시술도 주요 고령 시술 항목이다.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경우, 이를 금속망으로 넓히는 시술이다. 무릎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도 3000여건 이뤄졌다.

고령 수술이 늘어나는 데는 노령자의 체력이 좋아진데다, 수술 법이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백내장과 심장 스텐트는 전신마취 없이 이뤄진다. 백내장은 눈에 2~3㎜ 구멍만 뚫고 낡은 수정체를 빨아내고 인공수정체를 집어넣는다. 스텐트도 최근에는 팔뚝 혈관을 통해 간단히 이뤄진다. 척추 수술도 가능한 한 칼로 째는 부위를 줄이고, 기구를 넣어 치료하는 방법이 흔히 이용된다. 과거에 배를 열고 하던 복부 수술도 복강경이나 내시경 수술로 대체되고, 로봇 팔을 이용한 수술도 사용된다. 그만큼 수술로 받는 체력 부담을 줄이고, 회복도 빠르게 한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져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고령자도 늘고 있다.

마취 기술의 발달도 고령 수술의 부담을 확 줄였다. 최신 마취제는 간이나 신장 독성이 대거 줄었다. 흡입을 통해 하던 전신마취 방식에서 정맥을 통해 마취 약물을 주입하는 식으로 발달하면서, 둘을 병행하는 마취도 이뤄지고 있다. 흡입 마취 소량과 정맥 마취 소량을 같이 쓰는 이른바 칵테일 마취다. 그러면 마취 독성은 줄고, 진통 효과는 크고, 빨리 깨어나게 할 수 있다.

수술 모니터링 장비도 첨단화됐다. 체내 마취제 농도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 최적의 마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영국 교수는 "수축과 이완 혈압 변화 모양으로 환자의 심박출량을 체크할 수 있어 응급 상태에 항시 대비할 수 있다"며 "이런 것이 수술 후 관리에도 적용돼 고령자의 전신마취 수술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