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서울 강남구 한 여성전문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45)씨가 수면유도제를 투여한 뒤 숨진 이모(30)씨의 시신을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을 빠져나가는 CCTV 장면.

혼합약물을 투여해 사망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권기만 판사는 14일 업무상과실치사·사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김모(45)씨에게 징역 1년6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김씨가 시신을 유기하도록 도운 혐의(사체유기 방조)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의 부인 A(41)씨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약물의 사용법과 부작용을 숙지하지 않고 마취에 사용하는 미다졸람 등을 업무외 목적으로 사용했다"며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자신과 병원의 명예를 위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업무상 과실치사라 하더라도 범행 경위를 볼 때 피해자에게 수면을 취하게 할 목적 외에 다른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죄질이 불량해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부인 A씨에 대해서는 "시신유기를 방조한 점이 인정되지만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김씨를 성실하고 가정적인 남편으로 믿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으로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H산부인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당시 30세·여)씨에게 마약류인 미다졸람 등 혼합약물을 투여한 뒤 이씨가 돌연 숨지자 시신을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 버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평소 프로포폴을 여러차례 주사한 이씨에게 사건 당일 "'우유주사(일종의 수면유도 주사)'를 맞지 않겠냐"며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불러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베카론, 국소마취제 나로핀 등 모두 13개 약물을 섞어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씨가 사망하자 이씨의 차량에 옮겨 시신을 실은 뒤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 내다버렸고, A씨는 병원 주변에서 대기하다 범행을 저지른 김씨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간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