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재외 동포 2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중에는 6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티나 박(37·한국명 박다희)씨가 있었는데 그는 2009년 한국 이민자 최초이자 사상 최연소로 LA커뮤니티칼리지협회(LACCD) 이사로 선출됐다.

박씨는 LA 지역 9개 커뮤니티칼리지(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전문대)를 총괄하는 LACCD에서 연간 10억달러(약 1조900억원) 예산을 관리한다. 선출직 이사로서 LA 지역에선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씨는 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4년간 LACCD 이사로 일하면서 미국이 왜 선진국인가를 깨닫게 됐는데, 바로 커뮤니티칼리지 같이 모든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를 주는 교육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칼리지(community college)는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부 예산으로 2년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LA 지역 9개 대학은 학생 80%가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중에는 등록금을 아끼기 위해 고교 졸업 후 커뮤니티칼리지에 갔다가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박씨는 "30대 전과자 남성이 커뮤니티칼리지에서 기술을 배운 뒤 돈을 엄청나게 버는 건축가가 됐고, 20대 여성 노숙인이 나랏돈으로 공부한 뒤 취업해 새 삶을 사는 성공 스토리를 매년 보아 왔다"며 "커뮤니티칼리지 출신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반면 한국 교육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초·중·고교 때는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즐겁게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며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출생한 티나 박은 6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다. 뉴욕주의 퀸즈보로 커뮤니티칼리지를 다닌 후 호프스트라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들어가 감사로 일했다. 2001년 9·11 테러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감사 중이던 기업이 있었던 월드 트레이드센터로 출근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2005년 뉴욕을 떠나 LA의 컨설팅 회사로 이직했다. 2008 미국 대선 때 힐러리 측 캠프에서 일하며 모금 활동을 담당하다 LACCD 이사직에 출마해보라는 정계 인사들의 제의로 출마했다가 최연소로 당선되어 LA 지역의 유명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