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가 불법 체포된 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항변하기 위해 스스로 채혈을 요구했더라도 그 결과물은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음주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제연행 후 위법하게 수집된 음주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스스로 혈액채취에 응했더라도 이는 불법체포의 연장선 상에서 수집된 증거 또는 2차적 증거에 해당한다"며 "불법체포와 증거수집간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어 채혈 결과는 유죄 인정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접촉사고를 일으킨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강제연행됐고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결국 호흡측정에 응해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30%가 나왔다. 이에 김씨는 음주 사실을 부인하며 재측정을 요구, 채혈을 실시한 결과 1차 측정 때보다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42%로 나타나자 "불법체포 후 수집된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채혈결과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부인,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채혈은 김씨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감정서와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1심을 뒤집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