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제공

플루트 연주자 최나경(30)은 오스트리아 빈을 "음악을 바닥까지 파먹고 씹어 먹는 도시"라고 했다. 그만큼 빈은 각별한 도시다. 악기를 처음 배웠던 아홉 살 적부터 간절히 입성을 꿈꿨던 음악도시. 지난해에는 그 꿈을 이뤘다. 110여 년 전통의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주자로 선발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13일 빈에서 만난 최씨는 대뜸 엄살을 부렸다. "유럽 음악계의 본가에서 생존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답니다(웃음)." 이날 하루만도 최씨는 연습과 연주 장소를 옮겨 다니느라 종일 빈 시내를 돌아다녔다. 매주 다섯 차례씩 열리는 연주회에다, 지난주엔 음반 녹음까지 겹치는 바람에 목소리가 다 쉬었다. 최씨는 "이번 주가 가장 바쁘다고 불평하면 다음 주가 더 바빠진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미국 커티스 음악원과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했다. 2006년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의 부수석과 빈 심포니의 수석까지 그야말로 '쾌속 질주'다. 미국과 유럽 양 대륙을 누비면서 경력을 쌓는 목관 연주자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최나경의 플루트에는 지독한 근성과 독기가 서려 있다. 서울예고 1학년 때는 방음 장치가 된 방에서 연습하는 것이 신이 나서 이틀 꼬박 밤새워 연습하다가 병원으로 실려갔다.

커티스 음악원 재학 시절인 2002년, '연습 벌레' 최씨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오른손 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연주자 경련'으로 불리는 근육 긴장 이상(dystonia)이었다.하지만 왼손으로 필기하고 밥을 먹어가면서 스승과 다른 학생의 연주를 빼놓지 않고 들었다. 반년 가까이 지나자 조금씩 오른손이 돌아왔다.

다음 달 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에서 그는 작곡가 김솔봉의 플루트 협주곡을 협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