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8)씨는 지난 1월부터 이직을 위해 다른 기업에 경력 직원 공채 원서를 넣었다. 그러나 10여 차례나 서류전형에서 떨어져 면접 볼 기회도 잡지 못했다. 처음엔 '스펙'이 부족한가 생각했으나 자신보다 나을 게 없는 다른 동료가 순탄하게 회사를 옮기는 걸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잘 알고 지내던 다른 회사 인사팀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그는 명쾌하게 설명했다. "결혼 안 하셨잖아요. 30대 미혼 남성은 꺼리는 분위기예요."

최근 몇년 새 '골드미스(30대 후반 이상의 미혼 여성)'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같은 연배(年輩)의 미혼 남성들은 취직·이직에 애를 먹고 있다. 골드미스는 가정이 없기 때문에 자기 일에 애착이 있다고 인식되는 반면, 미혼 남성은 오히려 '미혼'이라는 이유로 취직·이직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다.

대기업 인사팀 직원들은 30대 미혼 남성에 대해 인사담당자들이 갖는 인상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생활습관이 좋지 않거나, 가정이 없기 때문에 직장 '충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계열사 인사팀에서 일하는 한 간부급 직원은 "신입·경력 공채 시장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불리하다는 건 예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요즘은 특히 나이 많은 미혼 남성을 선호하지 않는 게 기업 분위기"라고 말했다. '골드미스터'라는 말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미혼 남성들은 기업에서뿐 아니라 자기 사업을 할 때에도 불이익을 당한다고 호소한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최모(43)씨는 중소기업과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퇴짜를 맞고, 업체 사장에게서 "박 사장은 다 좋은데 미혼인 게 마음에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안정감이나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클라이언트가 계약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며 "사업하는 사람 중에 기혼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가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는 40대 남성들도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인사팀장은 "요즘 대기업들은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조직융화형' 인재를 선호하는데, 3040 미혼 남성은 아무래도 이런 면에서 점수를 낮게 받는다"며 "조건이 비슷하다면 결혼을 해서 아이도 한두 명 있는 가장(家長)이 직원으로서나 사업 파트너로서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