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00명이 창업해서 10명만 성공해도, 그 10명이 사회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실패한 90명도 낙오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청년들이 더 가볍게 창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청년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된 남민우(51) 다산네트웍스 대표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 번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80학번인 그는 대학 졸업 후 당시 안정적 대기업이었던 대우자동차에 취업해 6년을 일했다. 하지만 "그대로는 평생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만 29세 되던 1991년 창업을 택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1993년 설립한 '다산기연'을 현재 초고속 인터넷 장비업계 1위인 '다산네트웍스'로 키워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으로 위촉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는 20일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청년들이 더 가볍게 창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벤처기업가로서 갖고 있던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실현해보겠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정치색도 전혀 없고 작년 대선 때 돕지도 않은 나를 청년위원장에 앉힌 것은 '벤처 1세대'의 경험을 살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란 뜻 아니겠느냐"며 "정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벤처기업가로서 갖고 있던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IT 분야 조달시장만 연간 수조원대 규모인데 그 돈을 모두 글로벌 대기업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데 쓰는 것부터 문제"라며 "우리 청년들이 창업해서 정부가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정부가 이를 구입한다면 조달시장에서만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또 "요즘 국내 수많은 IT 기업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많은 청년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며 "결국 답은 ICT(정보통신기술), 창조경제에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남 위원장은 "대선 때와 취임 전후 '창조경제 간담회' 같은 공식회의에 벤처기업협회장으로서 참석해 5번쯤 만났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신분으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가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그중 대통령의 인상에 남았을 만한 일로 남 위원장은 방미(訪美) 중인 지난 5월 8일 워싱턴에서 열린 수행 경제인 조찬 간담회를 꼽았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앞에서 '미국 대기업은 좋은 벤처기업을 많이 인수·합병해서 벤처기업인도 부자가 되고 벤처 생태계가 순환되는데 우리 대기업은 왜 그런 데 관심이 없느냐'고 말했다"며 "워낙 '돌직구'를 던져서 박 대통령이 나를 '이상한 놈' 목록에 올려두셨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 부르신 걸 보니 국정 철학에 영 어긋나지는 않았나 보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남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첫 중소기업청장 후보였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와 함께 사비를 출연해 벤처기업인 양성을 위한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세웠다. 그는 "내가 창업할 때도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다는 보장 따위는 없었다"면서 "정부와 청년위원회가 가볍게 창업할 수 있고 실패해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테니 청년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뛰어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딸(25), 군 복무 중인 아들(22)을 둔 그는 "청년의 문제는 곧 내 아이들의 문제"라며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