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5~2006년 이래 중동 미술시장이 계속 큰 뉴스가 되고 있다." 프랑스 국제 미술 경매시장 분석 회사 아트프라이스는 지난달 중동 지역 옥션 경매가 톱10을 조사해 발표했다. 아트프라이스의 중동 지역 경매가 조사는 지난해 11월 첫 조사 후 반년 만에 또 이루어졌다.

#2. 미국 미술시장 전문 잡지 아트+옥션은 최근 '인도네시아가 뜬다(Indonesia Heats Up)'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뇨만 마스리아디(40) 등 인도네시아 유명 작가들의 국제적 인기, 부디 텍(51)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현지 컬렉터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소개했다.

“나는 내 작품이 특별히 아랍에 기대고 있다고도, 여성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요즘 중동 지역 작가들은 작품이 지역의 틀에 갇히는 걸 경계한다. 작품‘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들’과 함께한 이집트 작가 가다 아메르.

중동·동남아 미술시장이 뜬다

196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 1990년대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 2000년대 중반 중국 현대미술…. 그리고 이젠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요즘 세계 미술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서구 경매 회사들은 일찌감치 중동에 진출했다. 크리스티는 지난 2005년 두바이, 소더비는 2009년 도하에 사무실을 냈다. 지역 작가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게 중동 지역 경매의 특색. 아트프라이스가 최근 발표한 '중동 지역 경매가 톱10'을 살펴보면 10명 중 7명이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범중동 지역 작가다.

이 지역 작가들은 자수·서예 같은 전통 공예, 즉 서구에 호소하는 토속적 작품으로 컬렉터들에게 호소해 왔다. 그러나 최근엔 서구에 유학 중인 여성 작가들을 중심으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며 아랍 여성들의 인권을 주제로 하는 '정치적 미술'로 탈바꿈하고 있다.

프랑스 메이저 화랑 갤러리 페로탱은 지난 4월 홍콩 분점에서 필리핀 작가 로널드 벤투라 개인전을 열었다. 이 화랑은 "앞으로도 괜찮은 동남아시아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파하드 모시리의 '스트리트파이터'.

중동 지역은 막대한 '오일 머니', 동남아는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토대로 한 폭발적 경제성장이 미술시장을 받치는 동인이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 GDP(국내총생산)가 영국을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순응 아트컴퍼니 대표는 "중동과 동남아는 현대미술계에서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시장'이다. 이 지역 거부(巨富)들이 자국 작가 작품을 사들이면서 작가들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했다.

중동·동남아 작가 한국 진출

국내 화랑도 속속 중동·동남아 작가 전시를 열며 시장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30일까지 이집트 여성 작가 가다 아메르(50) 개인전을 연다. '사랑', '그리움' 등 아랍어 단어를 구(球) 형태로 용접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들'(2012), 반정부 시위에 나선 여성이 당한 폭력을 고발하는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2012) 등 조각 4점, 회화 4점이 나왔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가다 아메르는 중동에선 우리 백남준 못지않은 '스타'다. 조각이 45만달러(약 5억원) 정도에 팔린다"고 했다. 갤러리 현대는 올 11월 이란 작가 파하드 모시리(50) 전시를 연다.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갤러리는 다음 달 7일까지 필리핀 여성 작가 제럴딘 하비에르(43) 개인전 '베일을 넘어'를 연다. 회화·조각·설치·사진 등 13점이 나왔다. 간호사 출신의 하비에르는 2010년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자수를 이용한 회화가 추정가 최고치(20만HKD)의 7배가 넘는 146만HKD(약 2억1000만원)에 팔리며 주목받았다. 가톨릭 문화의 영향을 받은 필리핀 작가의 작품은 지역성과 보편성을 두루 갖춰 보수적인 한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 아라리오갤러리는 올 9월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로호(36) 개인전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