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제일 많이 썼을 때요? 아무래도 아이가 고 3일 때죠. 월 최소 250만원, 많게는 350만원쯤 들었으니까요. 그나마 그룹 과외여서 그 정도지 1대1 과외였다면 억대 지출도 각오해야 했을 거예요." '월 250만원만 잡아도 연간 3000만원인데….' 엄청난 규모에 말문이 막혔다. 그런 얘기가 자타공인 '자기주도학습의 달인'으로 통하는 명문 의대생 학부모 A씨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추가 취재 결과,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학부모 중 상당수가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모의고사에서 많아야 서너 문제 틀리는 우등생에게 이런 고액 과외가 왜 필요한 걸까? '익명 보도'를 전제로 그들의 얘길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이미 대세… 우리 애만 안 시키면 불안"

A씨는 아이가 중학생일 때부터 '고 3용 사교육'의 존재를 가늠했다. "당시 엄마 10명 정도가 친목 모임을 만들었어요. 모두 '인근 중학교 전교 1등 학부모'였고 대부분 자녀의 의대 진학을 희망했죠. 그 중 첫째를 이미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이 '(중학생 아이가) 고 3 올라가면 이 멤버 그대로 과외 그룹을 짜자'고 하더군요."

사실 A씨 자녀의 성적은 늘 전국 최상위권이었다. 내신도 고교 내내 전 과목 1등급이었고 수능 모의고사도 전 영역에서 한두 문제 틀리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A씨는 아이가 고 3이 되자 그룹 과외를 받게 했다. 과목은 총 6개. 수능 주요 영역인 국어(옛 언어)·수리·영어(옛 외국어)는 물론이고 과학탐구 3개 과목도 포함시켰다. '불안감' 때문이었다. "고 2 때까지만 해도 교내에서 아이 성적이 독보적이었거든요. 그런데 그해 2학기가 되자 고액 과외 받는 아이들이 하나둘 생겨나더라고요. 그 아이들 성적이 몰라보게 오르면서 제 아이가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게 눈에 보였어요. 도저히 안 시킬 수 없었죠."

서울대 재학생 자녀를 둔 B씨는 "특히 서울 강남 지역 최상위권 고 3 중 이 정도 사교육 안 받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B씨 자신도 자녀에게 국어와 영어, 사회탐구 3개 과목, 아랍어 등 6개 과목 그룹 과외를 시켰다. 수학은 고 2 때부터 1대1 과외 교사를 붙였다. 그룹 과외는 과목당 월 30만원에서 35만원, 1대1(수학) 과외는 월 100만원(8회 기준)이 들었다. "전 과목을 다 시킨 건 과목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어요. 서울대에 합격하려면 전 영역이 고루 뛰어나야 하는데 한두 과목에만 치중하면 자칫 균형이 깨질 수 있거든요. 단, 수업 시간이나 횟수는 과목별로 조절했어요. 잘하는 과목은 강사에게 숙제를 받아 틀린 것만 주 30분씩 지도받게 하는 식으로요."

수준이 엇비슷한 학생끼리 모여 얻는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역시 명문대 의대생 자녀를 둔 C씨는 "아이가 과외 그룹 구성원에게 자극받아 고 3 1년 내내 학구열을 불태웠다"고 귀띔했다. "제 아이는 부모 권유에 따라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삼았을 뿐 꿈이 명확한 건 아니었어요. 고 3 진학 무렵 잠깐 슬럼프를 겪었는데 그 즈음 과외를 시작했죠.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어 '대충 해도 의대쯤은 가겠지' 싶었나 봐요. 친구들이 공부하는 걸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아이 수준 맞춰 수업… '돈 값' 하더라"

서울대생 자녀를 둔 D씨는 아이가 고 3일 때 사교육비로 월 5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를 썼다. 여느 학부모보다 지출이 컸던 이유는 '소규모(5명 이하) 그룹 형성'에 있다. "학원에선 레벨 테스트를 받고 최상위권 반에 들어가도 반별 인원이 적어야 70명이에요. 그 안에서도 수준이 천차만별이죠. 고 3 땐 자기가 모르는 것만 재빨리 파악, 보강하는 게 급선무인데 그런 곳에선 자기가 아는 것도 시간 낭비하며 들어야 하잖아요."

A씨는 아이 입을 통해 그룹 과외의 효과를 실감한 경우다. 사교육 경험이 적었던 A씨 아이는 첫 과외 수업 직후 "이렇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 번은 아이가 경시대회 준비로 생물 과외 수업에 빠져 강사에게 1대1 보충수업을 받았어요. 그날 아이가 한숨 쉬듯 내뱉은 말이 지금도 안 잊혀요. '엄마, 부잣집 애들은 다 이렇게 공부해?' 다른 때 같았으면 몇 시간은 걸렸을 분량인데 1시간 만에 끝냈을 정도로 공부가 잘됐다고 하더라고요."

두 자녀를 각각 서울대·연세대에 보낸 E씨는 아이들이 고 3일 때 예체능 과목 과외도 시켰다. 방학 직전 다음 학기 예체능 교과서를 훑어본 후, 필요하다 싶은 내용을 정해 현직 화가나 체육대학 재학생에게 강습받게 한 것. 그는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려면 전 과목 내신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1·2점을 다투는 상황에서 예체능 과목이라고 소홀히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두 아이 모두 시험을 보면 '한 문제 틀릴까 말까' 한 수준이었어요. 결국 '만점'을 목표로 과외를 받게 한 셈이죠. 한 아이당 사교육비로 학기 중엔 월 200만원, 방학 중엔 월 300만원에서 400만원쯤 들었어요. 국어는 문학·비문학 수업을, 영어는 문법·회화(원어민)·텝스(TEPS) 수업을 각각 따로 받게 했습니다. 학원에 보내도 월 200만원은 우습거든요. 어차피 쓸 돈, 좀 더 투자해 시간·장소·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그룹 과외를 택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