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현악 사중주 14번은 전(全) 악장을 쉬지 않고 연주해야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쉼 없이 연주를 하다간 악기 간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악 사중주단 '푸가'도 마찬가지다. 25년간 함께한 네 명의 음악가는 명성을 얻는 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야론 질버먼 감독의 '마지막 사중주'는 얼핏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막장 드라마처럼 보인다. 리더인 첼리스트 피터(크리스토퍼 월큰)는 파킨슨병에 걸려 연주를 그만둬야 한다. 제2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필립 세이모어 호프먼)는 비올리스트이자 아내인 줄리엣(캐서린 키너)을 두고 다른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바이올린 말고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던 제1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마크 이바니어)은 로버트와 줄리엣의 딸에게 레슨을 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25년간 다니엘의 '보조'만 해왔다고 생각한 로버트는 이제 자기도 제1바이올린을 하겠다고 나선다.

피터는 학생들에게 베토벤 사중주 14번의 불협화음에 대해 설명한 뒤 "(불협화음이 있다고) 연주를 그만둬야 할까? 아니면 불협화음일지라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추려고 해야 하나"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오랜 세월 함께한 이들의 불협화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린 서로 사랑하고 친하니까 다 괜찮다"는 식으로 봉합하는 것도 아니다. 감동은 불협화음을 대충 봉합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연주를 그만둘 때를 알거나 서로에게 절실하게 맞춰주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멈춰서는 안 되는 음악처럼, 인생도 불협화음 때문에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 영화의 실제 음악을 연주한 브렌타노 사중주단의 베토벤 사중주 14번만큼이나 '마지막 사중주'는 우아하며 사려 깊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