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건축 대가 안도 다다오가 "내 건축의 원점(原點)"이라고 부르는 작품이 있다. 1976년 설계한 '스미요시 주택'. 폭 3.6m, 길이 14m 초소형 이층집이다. 가뜩이나 작은 집에 중정(中庭)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비좁아 어찌 사느냐고? 집주인 아즈마 부부는 집에 맞춰 간소한 삶을 산 덕에 지금까지 이 집을 지키고 있다.

집이란 게 이렇다. 크면 불필요한 살림이 그만큼 불고, 작으면 작은 대로 맞춰 산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고민을 해온 젊은 건축가 세 팀이 '최소의 집'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연다. 정영한(스튜디오아키홀릭 소장), 임형남·노은주(가온건축 소장), 김희준(ANM 소장)이 10일부터 서울 관훈동 창의물류갤러리 '낳이'에서 여는 건축전 '최소의 집―당신만의 집을 상상합니다'이다. 8일 전시 준비에 한창인 이들을 만났다.

"땅콩 집 같은 집짓기 열풍을 보니 또 다른 획일화를 낳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됐다. 생활 패턴에 맞춰 불필요한 공간을 최대한 걷어낼 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집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시를 기획한 정영한 소장은 집의 '군살'을 걷어내는 게 전시 목표라 했다.

세 건축가는 모두 '초소형 건축물' 설계 경험이 있다. 임형남·노은주 소장은 중년 부부를 위한 실내면적 42㎡(12.7평)의 단층 목조주택 '금산주택'을, 정영한 소장은 70세 여성 화가가 사는 가로·세로 9m 주택 '9×9 실험주택'을, 김희준 소장은 수도자를 위한 연면적 18㎡(5.5평) 크기의 암자 '정·방(靜·房)'을 설계했다. 전시에선 이들이 만든 세 작품 사진·모형과 함께 각 팀이 새롭게 제안한 '최소의 집'을 선보인다.

최소의 집에 대한 견해는 조금씩 다르다. 노 소장은 "최소의 집=최적의 집"이라며 여자 옷에 비유했다. "55(여자 옷 호칭)하고 66 중간 사이즈 여성이 있다고 하자. 딱 맞는 옷이 없으니 대개 66을 입게 된다. 그만큼 불필요한 '품'이 생기는 거다.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생활 패턴에 꼭 맞는 적정한 집이 최소의 집이다." 그가 제안한 '퍼펙트 하우스'는 가로·세로 3m×3m의 박스 같은 집이다. 침대·주방·화장실 등 반드시 필요한 공간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냈다. "간결하고, 똑똑하고, 무겁지 않은 재미있는 상자 집"이란 설명이다.

‘최소의 집’전시에 참여한 건축가 정영한, 김희준, 노은주·임형남(왼쪽부터).

김희준 소장은 '최소의 집'을 '방(房)'으로 봤다. 최소화한 방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방들을 재조합하도록 제안했다. "요즘 집은 뭔가 '투 머치(too much)'이면서도 결여된 느낌이 있는데, 기능에 따라 공간이 고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소장 생각이다. 그래서 가변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정 소장은 "건축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가 제안한 '6×6' 주택은 가운데에 '다용도 붙박이'를 뒀고 나머지 공간은 비워놨다. 다용도 수납장이 있는 공간은 계단, 화장실, 주방, 옷장 등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

건축가 김희준이 설계한 강원도 오대산의 암자‘정·방(靜·房)’. 수도자가 기거할 수 있게 만든 곳으로 연면적 18㎡(5.5평)에 방·주방·화장실이 딸렸다.

"최소의 집이면 건축비도 싸지는 것 아니냐" 묻자 "최소의 집이 최저가 집은 절대 아니다"고들 했다. "작지만 비싸게 짓고 싶은 사람은 비싸게, 싸게 짓고 싶은 사람은 싸게 지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솔직히 말했다. "우리도 돈 벌려면 큰 집 설계가 당연히 좋다. '돈 되는' 건축주 생각하면 이런 전시를 하겠느냐.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건축을 알리고 '크기'로 집을 평가하는 통념을 깨뜨리고 싶었다". 건축가들에게도 '열린 전시'다. '최소의 집'이란 주제를 공감하는 건축가는 참여 가능하다. 1년간 참여를 원하는 건축가 27명을 초대, 일곱 번 더 전시를 열 계획이다. 문의(02)745-7451(구내 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