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57) 전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로부터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 여성단체가 "성접대 사건의 특수성을 간과한 수사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성매매 문제 해결 위한 전국연대'의 정미례 팀장은 14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검찰이 넉 달 동안 수사를 해서 김 전 차관의 혐의를 밝혀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반대 결과가 나와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해여성 A씨는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피해여성 B씨는 구체적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을 들어 김 전 차관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이에 대해 "성폭력 사건에서 여성 피해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기 어렵다. 특히 권력관계 안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경우 사건 자체를 충분히 기억하고 들춰내는 게 어려운 일"이라며 "진술이 오락가락해서 신빙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수사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검찰은) 피해자가 어렵게 얘기하는 것을 잘 듣고 이걸 입증할 수 있도록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이런 수사라면) 위계관계나 권력관계에서 접대나 상납으로 이어지는 비리와 연관된 사건은 진실에 제대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건설업자 윤중천(52)씨의 강요로 김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여성 A씨는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에서 성접대 여부는 묻지 않고 다른 피해여성과 연락을 하는지 등 본질과 거리가 먼 질문을 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 팀장은 "A씨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많은 고통을 받은 것 같다. 무력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모습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몇 년 전 떠들썩했던 '스폰서 검찰' 사건도 특검까지 도입해 굉장히 오랜 시간 수사를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며 "이런 사건은 '시간이 많이 지났다' '구체적으로 입증할 증거가 없다' '피해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는 이유로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피해자는 '내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고 얘기하게 되면 본인도 범죄행위 가담자처럼 보여질까봐 걱정을 한다. 피해사실을 밝히면 오히려 피해여성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특히 정치권력과 연관이 되어 있다면 피해자가 권력의 힘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더더욱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인 윤씨 모두 성접대 의혹 관련 혐의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받자 A씨는 법원에 직접 재정신청을 낼 뜻을 밝혔다. 정 팀장은 "A씨가 재정신청을 내면, 결국 '이 모든 피해 입증을 피해자 당신이 다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더 어려워진다"면서 "A씨의 탄원서를 계기로 검찰이 재수사를 하는 등 피해자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