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남편이나 아내가 재산을 남기고 숨지면 남은 배우자가 상속 재산의 50%를 먼저 상속받고 나머지 절반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가 현행 상속 규정 비율대로 나눠 갖게 하는 방향으로 민법(民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유산(遺産) 10억원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받을 경우 배우자와 두 자녀가 1.5대1대1의 비율로 상속받는다. 법이 개정되면 배우자가 10억원 가운데 먼저 5억원을 받고 나머지 5억원을 배우자와 두 자녀가 1.5대1대1의 비율로 나눠 갖게 된다. 현행 민법은 재산을 상속할 때 우선은 유언(遺言)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도록 하고 있다. 유언이 없으면 가족 간 협의를 통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땐 민법이 정한 방식대로 재산을 분배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유언·협의에 의한 상속보다 법에 따른 상속 재산 분할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 여성은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평균 7년 정도 더 산다. 그러나 여성은 자녀 양육과 살림에 몰두하느라 자기 고유 재산을 형성한 사람이 많지 않고 국민연금을 받는 경우도 20.3%(2012년)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따뜻하게 부양해주는 시대도 아니다.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해 배우자에게 법정 상속분을 더 많이 주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다만 배우자 몫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늘리는 게 아니냐는 논란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상속 재산 분할 문제뿐 아니라 상속·증여세율을 포함한 상속 제도 전반을 모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상속세율은 상속 재산 규모에 따라 10~50%다. 최고 세율이 OECD 국가들 평균치 26.3%의 두 배나 된다. 우리가 상속세를 높게 매기고 있는 건 상속 재산은 불로(不勞)소득이므로 사회 정의 차원에서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게 맞는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상속세는 재산을 모을 때 한 번 세금을 낸 것에 대해 다시 세금을 매기는 것이라 이중(二重) 과세라는 문제가 있다. 홍콩은 2006년, 싱가포르는 2008년, 뉴질랜드는 2011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를 내야 할 만큼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은 고작 0.7~1%여서 상속세는 세수 확보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상속세율을 과도하게 높게 유지하면 열심히 일해 재산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자산 형성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국회는 새해 1일 중소기업의 가업(家業)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 상속 때 상속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기업을 연매출액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공제율도 기존 70%에서 100%로, 공제 한도는 최대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렸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 고용을 유지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자녀가 일정한 조건 아래서 중소기업을 이어받아 경영하면 상속세를 줄여주는 사전 상속 제도는 작년 말로 시행이 끝났다.

미리 상속 재산을 물려주는 생전(生前) 상속은 일본·독일 등에서 본격 시행하고 있다. 여유 있는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재산을 물려주면 소비가 촉진되고 경제 활력을 살릴 수 있다.

상속세율을 낮추고 생전 상속을 허용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상속과 관련한 제도와 법 중에는 오래전 만들어져 그동안 바뀐 가족 제도, 사회 분위기, 경제 여건에 맞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기왕 상속 제도에 손을 댈 거면 상속과 관련한 전반적인 문제들을 한꺼번에 공론화해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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