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통일·경제·정치·사회 분야의 국정 현안들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구상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야만 한다"면서 "(통일 비용 때문에) 통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북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고, 정치권 일부의 개헌론에 대해선 "개헌은 워낙 큰 이슈여서 블랙홀처럼 모두 빠져든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이 작년 2월 취임 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은 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로 '소통 부족'을 꼽아 왔다. 그러나 이번 회견으로 국민의 갈증이 얼마나 해소됐는지는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소통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소통의 의미가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냐"면서 "그건 소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소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제 주장만 하고 남의 얘기는 듣지 않으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철도노조처럼 집단이기주의로 막무가내 불법 파업을 한 세력도 '소통'을 주장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사회적 고질(痼疾)을 바로잡는 과정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진통까지 소통 부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이라는 대통령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려면 대통령과 정부가 먼저 '비정상'과 '고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민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통(不通)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OECD 국가 중 신임 대통령이 취임 후 10개월 만에 처음 기자회견을 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것도 정상은 아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벽이 생기면 소통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회견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있었던 여러 문제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더라면 사람들 가슴속 응어리가 많이 풀렸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도 결국 이런 모습일 것이다. 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신년 회견이 국민, 특히 이 정권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는지 한번 자문(自問)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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