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 전용 의원'이 문을 연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그동안 이 병원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노동자가 40만명을 넘어섰다. 요즘도 하루 100명 안팎 찾아온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렵게 입국해 열악한 사업장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기 일쑤다. 프레스에 팔이 빨려들어 잘려나가거나 금속 일을 하다 못이 얼굴에 박히는 끔찍한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건강보험에 들지 않아 일반 병원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맹장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 병원'이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소문나면서 수도권에선 응급 치료를 못 받아 위급한 상황에 빠지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무슨 일을 당해도,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그 병원을 찾아가면 공짜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외국인 노동자 병원이 문을 연 것은 2004년 7월이었다. 서울 반포의 한 교회가 3억원을 모아 병원 자리를 마련해줬고 어느 건설 회사는 내부 공사를 거저 해줬다. 강남에서 소아과 병원을 하던 의사는 자기 병원을 처분하고 자원봉사로 원장 일을 맡았다. 당시 조선일보가 '우리 이웃' 캠페인으로 실은 외국인 노동자 병원 기사를 보고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름 없는 후원자가 200명을 넘었다. 사파이어 반지 같은 보석 20여점을 팔아 병원 운영비에 보태라고 보내온 이도 있었다. 지금 병원엔 공중보건의 3명이 상근하고 있고 치과·안과를 비롯한 전문의 수십 명이 교대로 낮과 밤에 찾아와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 인력은 불법 체류자 17만명을 합쳐 71만명이다. 이들이 없으면 건설 현장과 공장·농장·식당이 돌아가기 힘들 정도가 됐다.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 병원은 우리 사회에 언어와 피부 빛이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마음의 온기(溫氣)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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