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미국 유학 중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행방불명됐던 일본 내각부 공무원 A(30)씨가 일본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에 남긴 행적 등이 의문투성이여서 일본 경찰이 범죄 사건 관련성도 수사 중이다.

3일 일본 경찰에 따르면 내각부 산하 싱크탱크인 경제사회종합연구소 소속 A씨는 지난달 20일 기타큐슈(北九州)시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내각부에서 경제·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2010년 4월부터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작년 7월 공무원 유학제도를 이용해 미국 미네소타대학으로 2년 예정의 유학을 떠났다. 그는 지난 1월 7~12일 경제 관련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내각부에 출장신청서를 제출, 승인을 받았다. 한국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기록은 있지만 출국한 기록은 없다.

일본 경찰은 지난달 18일 바다에 표류 중인 고무보트에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를 시도했다. 하지만 남성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파도가 높아 접근하지 못했다. 이후 큰 파도에 맞은 고무보트가 전복됐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수색 작업을 재개, 바다에 가라앉은 시신과 전복돼 표류 중인 길이 3m짜리 고무보트를 찾아냈다. 경찰은 "부검 결과 외상은 없었으며 발견 1~2주 전에 저체온증이나 익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A씨는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고 한국 돈 25만여원과 신용카드만 있었다. 한국산 방한복을 입고 있었고 고무보트도 한국산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찰은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국 경찰에 지문 조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 내각부 공무원이 부산에서 구입해 타고 간 것으로 확인된 고무보트가 기타큐슈시 해안 방파제에 떠밀려 온 모습. 일본 경찰은 이 고무보트를 타고 온 내각부 공무원의 시신을 바닷속에서 인양했다.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A씨 행적은 의문투성이다. 일본 후지TV는 A씨가 지난달 서울 시내에서 고무보트를 구입, 부산의 한 호텔로 배송시켰다고 보도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그가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정황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시내에서 고무보트 부착용 소형 엔진과 방한복을 구입했다. 부산의 호텔도 가명으로 투숙했다. 경찰은 A씨가 자기 신용카드로 소형 엔진을 구입한 기록은 확인됐다고 밝혔다. 후지TV는 "A씨의 짐은 본인이 머문 호텔이 아닌 서울의 다른 호텔에 다른 사람 명의로 맡겨졌으며, 짐 안에서 A씨의 지갑과 신분증도 나왔다"고 전했다. 후지TV는 A씨가 보트 엔진을 구입한 판매점에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나타나 영어를 쓰면서 홍콩 출신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 경찰은 지난달 23일 A씨가 내각부 소속 공무원이라는 것을 밝혀냈으나 언론에는 지난달 31일에 이 사실을 공개했다. 이 남성을 태운 고무보트가 전복되지 않고 일본까지 표류한 점도 의문이다. 일본 경찰은 한겨울에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점 때문에 자살이나 범죄 사건에 휘말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일본 방송 TBS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즉각 수사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적 때문에 일본 인터넷에는 A씨가 스파이 활동과 관련돼 사망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 내각부(內閣府)

내각부란 11개 성(省)으로 구성된 내각 업무를 보좌하는 관청이다. 수장은 총리이지만 정부 대변인을 하는 관방장관이 장관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오키나와·북방영토(쿠릴 4개 섬) 담당, 금융 담당, 소비자·식품안전 담당 장관이 속해 있다. 외국(外局)으로 금융청·공정거래위원회·국가공안위원회·소비자청 등을 두고 있어 경제개혁과 정보 수집 업무까지 망라한다. 숨진 공무원이 속했다고 하는 경제사회종합연구소는 내각부의 경제 싱크탱크로 민관 경제·경제재정자문회의를 보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