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한국강구조학회 회장·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지난 1일 새벽 충남 태안군 해역에 역대 셋째 규모인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번 지진이 단발성·국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는 총 93회로 한반도 평년 발생 횟수 40회의 2배를 넘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이 실제 급증하고 있으며, 작은 지진이 많아질수록 큰 지진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지진 위험에 대한 정부와 건설업계 대응 현실은 무방비에 가깝다. 현재 법규상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은 내진(耐震) 설계를 적용하도록 돼있다. 1988년 내진 설계 법규가 도입된 후 내진 설계 기준이 지속적으로 정비되고 내진 설계 의무 적용 대상 건축물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대형 건물 내진 성능 평가 의무화와 소규모 취약 시설 무상 안전 점검도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도 201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내진 대상 건물 10동 중 7동은 내진 설계가 돼있지 않으며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닌 건물까지 포함하면 전국 내진 설계 비율은 5.4%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내진 설계 의무 적용 전 시공된 건축물이나 미적용 대상인 소규모 건축물(2층 이하, 500㎡ 미만)은 고스란히 지진 위험에 드러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내진 설계 공법은 물론 다양한 내진용 자재가 생산되고 있어 내진 대응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는 다양한 내진용 건축 철강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건축 구조용 열간 압연 H형강(SHN)을 비롯해 고성능 콘크리트용 봉강(철근), 건축 구조용 압연 강재(SN), TMCP강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실제 사용자·관리자들의 안전 의식과 실행 의지를 더욱 강조해야 할 시점이다. 내진 대응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공감대를 통해 사용자와 관리자의 의식 변화를 유도하고 소비자도 지진에 안전한 건축물 설계와 시공 감리를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설계 오류·변조, 시공 부실, 공기 단축과 자재비 절감을 위한 저급 강재 사용 등 총체적 부실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 실패로 10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건축물 안전 확보를 위한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