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전국 41개 의과대학 병원에 근무하는 대다수 전문의는 교수 자격으로 환자를 본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식 교수라고 할 수 없는 교수가 너무 많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은 최근 관동대 의대와 협력 병원 관계를 맺었다. 의대생 임상 실습을 봐주기로 했으니 거기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이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70여명이 '관동대 의대 교수'가 됐다.

관동대는 설립된 지 20년이 지나는 동안 여태껏 부속병원 하나 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재정이 부실한 대학이 어떻게 새로 늘어난 '교수' 70여명에게 교수 월급을 줄까. 방법이 기막히다. 의대 협력 병원이 된 종합병원은 관동대에 기부금을 일정액 낸다. 그러면 대학은 그 기부금으로 종합병원 의사들에게 교수 급여를 준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의대는 교수가 많아져 좋고, 종합병원은 대학 병원 타이틀을 달아서 좋다.

서울의 한 유명 민간 병원도 관동대 의대와 협력 병원 관계다. 의대생 임상 실습은 주로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에 국한돼 있다. 나머지 진료과는 의대생들을 볼 일이 없다. 그럼에도 진료과 구분 없이 이 병원의 전문의는 관동대 의대 교수가 됐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이런 식이라면 의과대학은 협력 병원을 마구 늘려서 이곳저곳에 교수들을 둘 수 있고, 종합병원은 언제든지 그럴듯한 대학 병원 간판을 달 수 있다.

사립대학과 민간 병원이 협력 관계를 맺어 의료 서비스의 질(質)을 높인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문제는 교수 남발에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교수 자격을 단 의사들은 사학연금재단에 소속돼 나중에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교원들이 내는 사학연금 보험료의 약 20%를 꼬박꼬박 보조해주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을 냈던 의사들도 교수가 되면 그 기간이 사학연금으로 연계돼 몇 년 근무 안 해도 사학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사학연금은 2033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대규모 국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대학 병원은 교수 늘리기가 쉽다. 환자 많기로 유명한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울산대 의대와 성균관대 의대의 부속병원이 아니라 협력 병원이다. 그럼에도 그 병원 소속 전문의는 거의 모두 교수다. 전국에 여러 부속병원을 둔 가톨릭대·순천향대·인제대·한림대 등의 병원 의사들도 웬만하면 교수다. 대학은 부속병원을 늘리는 만큼 '의사 교수'를 늘릴 수 있다. 전(全) 의사의 교수화(化)인 셈이다.

의과대학 교수란 무엇인가. 진료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해야 교수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일 년에 한 번도 의대생을 가르치지 않는 이가 수두룩하다. 한 해 논문 한 편 없는 교수도 적지 않고, 교수 승급에 필요한 편수를 채우려고 쓰는 '논문을 위한 논문'도 많다. 실제로는 교수 타이틀을 갖고 환자 진료를 하는 게 주 업무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겸임교수, 겸직교수, 대우교수, 특임교수 등 '교수'가 넘쳐난다. 대학 병원들도 그런 분위기에 올라타 '진료용 교수'를 쏟아내고 있다. 진정 의학계가 의대 교수의 권위를 지키고 싶다면 교수 인플레부터 개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