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엔 육, 해, 공군을 막론하고 연대와 사단, 그리고 군단에 ‘군의소’가 있다. 연대(급) 군의소는 소좌(소령)편제의 군의소장이 있고 그 휘하에 한 개 분대 규모의 간호병과 두 세 명의 군의관이 있어 응급치료를 위주로 하며 입원대상은 사단(급) ‘군의소’로 후송한다.

사단(급) ‘군의소’는 특수과로 분류되는 몇몇 과를 제외한 의료진과 시설이 두루 포진되어 있어 외래 및 입원치료가 가능한 곳이며 군단(급)부터는 ‘종합병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사단(급) ‘군의소’는 현재 육, 해, 공군을 포함하여 약 140개, 평양방어사령부와 호위사령부에 배속된 여단(급) ‘군의소’는 약 30여개가 있다.

며칠 전 필자는 북한 국경경비부대의 한 군인으로부터 “지난 4월부터 전 인민군적으로 ‘영양중대’가 다시 생겨났다”는 제보를 받았다.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을 따로 모아서 관리

독자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것 같아서 설명을 조금 곁들이면,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을 따로 모아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 '영양중대'며 이는 입원생활이 가능한 여단(급) '군의소' 이상에 배속시키도록 되어 있다. 이 '영양중대'는 1987년 경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생겨났다.

1986년부터 북한은 한국의 88올림픽에 맞대응 한다며 총력을 기울여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는 치적 쌓기에 열중이던 김정일에게 막중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김정일은 예기되는 경제난의 해결책을 군인들에게서 찾았고 “앞으로 군에 대한 국가적 공급은 피복과 식량으로 제한시키라”고 지시했다.

향후 부식품을 비롯한 모든 물자를 군인들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는 엄청난 타산이 숨어있었지만, 군은 미래의 ‘최고사령관인 김정일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실지로 김정일의 지시가 있는 후 국가가 군인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라곤 쌀과 옥수수, 소금이 전부였고 이러한 현실 반영의 대표적 예로 북한군 모든 급식장의 식단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나마 머리가 도는 지휘관들은 사병들을 동원해 축구장을 갈아엎었다. 그리고 갈아엎은 그 땅에 콩이며 배추 따위를 줄기차게 심어나갔다. 콩으로는 된장과 간장을, 배추와 무는 소금에 절여 겨우내 군인들이 먹을 염장 배추와 염장 무를 마련한다는 타산이었다.

하지만 북한군의 모든 중대와 대대에 갈아엎을 운동장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부대의 지휘관처럼 주변 야산에 불을 질러 화전을 만들다가 감옥으로 갈 수 도 없었던 상황, 드디어 ‘강냉이밥에 소금국’라는 신조어가 태어났고 이는 북한군 급식상황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이듬해 봄부터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 아닌 환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어쩌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랍시고 돼지고기라도 조금 공급되는 날이면 허약할대로 허약해진 군인들이 그 한두 점 고기 기름기를 흡수하지 못해 ‘급성설사증’에 걸렸고, 심한 이는 항문이 벌어져 죽어나가기 까지 했다.

이제 머리가 덜 돌아 운동장을 갈아엎지 못했던 지휘관들과 ‘법’이 무서워 주변 야산을 불태워 화전을 일구지 못했던 지휘관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중대부업’(농사)에 매달렸고, 죽기직전에 이른 군인들에게는 “집에서 몸보신을 좀 하고 복귀하라”는 희한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북한군 전체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어서 어느 사단장이나 군단장이 개별적으로 수습하고 대처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군의 전투력은 물론 최고사령관 데뷔를 앞둔 김정일에게도 치명타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국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을 중대규모로 묶어 사단 ’군의소‘에서 집단관리 시키며 형편에 따라 사단에 1개내지 2개 중대의 ’영양중대‘를 편성하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전군에 하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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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987년 북한군 각 사단(급) ‘군의소’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북한군 ‘영양중대’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가 끝나던 1999년에 반으로 줄어들었고, 2006년 4월엔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을 중대와 대대 지휘관들이 무조건 책임져야 한다”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사라져 버렸었다.

그랬던 북한군 ‘영양중대’의 부활소식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강의 차 다녀온 논산신병훈련소의 ‘비대한 군인들’이 떠올랐다. 100㎏이상급 군인들을 따로 묶어 훈련도 하고 체중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도 별도로 가동시킨다고 했다.

참고로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군 군인들의 평균체중은 37~41㎏(크기에 따라 차이 있음), 1개 사단에 1개의 ‘영양중대’(90~100명)가 편성되었다 해도 현재 북한엔 17,000여명 이상의 ‘영양실조 환자’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고사령관의 체모를 구기며 ‘영양중대’를 재편성 할 만큼 김정은도 바쁘긴 바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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