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홈페이지 화면 캡처

페이스북이 지난 2012년 7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심리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심리 실험 대상자가 됐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논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호에 실린 논문이 촉발했다. 이 논문은 페이스북이 사용자에게 정보를 공급하는 ‘뉴스피드’에 긍정 혹은 부정적인 정보를 노출했을 때 사용자의 감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논문은 ‘뉴스피드에서 긍정적인 콘텐츠를 줄이면, 사용자들의 ‘상태 업데이트’에 포함된 단어 가운데 부정적인 단어 비중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단어 비중이 낮아졌다. 그 반대 패턴도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감정을 살피기 위해 노출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조작했음을 밝힌 부분이다.

실제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자들은 2012년 당시 사용자 68만 9003명의 뉴스피드에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과 연관되는 단어가 포함된 콘텐츠가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했다.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바꾸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콘텐츠가 올라오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매일 접속하는 8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심리 시험을 해 왔지만 그동안 실시된 실험이 통계조사 수준에 그쳤던 반면, 이번 실험은 의도적으로 사용자의 감정을 조작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이번 실험이 페이스북 사용자를 기니피그(실험용 동물) 취급한 것이며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문제의 연구를 주도한 페이스북의 애덤 크레이머는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연구가 아무리 귀중한 성과를 낸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이 느낄 불안을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연구를 진행할지 항상 신중하게 검토한다. (2012년 이후) 페이스북의 내부 검토 절차는 대폭 개선됐다’는 글을 올려 해명했다.

애덤 크레이머는 2012년의 실험은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오랜 불만(남들은 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콘텐츠 때문에 자신의 삶은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이 동기가 됐으며, 실험 결과 자신들의 예측이 틀렸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운영자들이 의도적으로 노출한 조작된 정보에 따른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감정 변화가 예상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가령 긍정적인 콘텐츠가 감소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포스트를 0.1% 적게 올리는 등 미미한 수준의 변화을 보였을 뿐이다.

현재 애덤 크레이머의 페이스북은 이번 논란에 대한 추가 해명을 요구하거나, 페이스북을 비난하는 댓글로 가득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논란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과 데이터를 통제하는 기업의 사업적·지적 야망 사이에서 소셜미디어 산업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