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모델 S'.

‘크루즈 컨트롤(정속주행장치)’ 기능을 통해 느린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해커의 공격을 받고 갑자기 빨라지며 앞차를 들이받는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런 장면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IT기기’로 진화하면서 해커가 침입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인 해커에게 망신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동차 해킹 논란에 불이 붙었다.

테슬라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자기기 보안콘퍼런스에서 “전기차 ‘모델 S’를 해킹하는 해커에게 상금 1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테슬라의 자신감은 하루 만에 무너졌다. 그 다음 날인 17일, 모델 S는 중국인 해커에게 해킹당했다.

중국 보안업체 치후 360은 해킹을 통해 문 잠금과 해제, 경적, 전조등, 선루프 등을 운전자 허락 없이 외부에서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치후 360은 스마트폰용 모델 S 모바일앱 6자리 코드를 해킹해 차량을 원격 제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후 360은 “비가 오는 날 갑자기 선루프가 열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신을 당한 것은 테슬라 뿐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연구진은 도요타 ‘프리우스’와 포드 ‘이스케이프’를 해킹해 차량의 운전대와 브레이크를 고장 냈다.

다임러 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

이런 사례가 잇따르자 ‘보안’이 자동차 업계의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은 23일 2분기 실적발표를 하는 도중 자동차 해킹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동주행기능과 같은 전자제어시스템의 경우, 제3의 인물(해커)이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도록 해커가 강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주행기능이 포함된 S클래스 벤츠를 출시하기 전, 외부 팀을 고용해 3주 동안 가능한 모든 해킹을 시도하도록 했다”며 “그들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