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세례명 요셉마리·사진)씨가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24위(位) 시복식장에서 교황을 위한 연주를 한다. 이날 백씨가 연주할 곡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두 개의 전설' 중 첫째 곡인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백씨의 연주는 시복식 미사 전 신자들의 묵주기도 바로 앞 순서로 예정됐다. 약 8분에 걸쳐 백씨가 연주를 마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장해 미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29일 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백씨의 연주는 염수정 추기경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지난 1월 추기경 서임 후 축하 인사를 온 백건우·윤정희 부부를 만난 자리에서 염 추기경은 "만일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면 교황을 위해 연주해주겠느냐"고 물었고, 백씨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후 교황 방한은 현실이 됐고, 지난 5월 파리에서 요한 23세·요한바오로2세 시성식을 TV로 시청하며 감동을 받은 백씨가 염 추기경에게 전화를 걸어 "연주를 봉헌하겠다"고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백씨가 연주할 '새들에게…'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산책 중 새들에게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소재로 한 작품. 현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가난한 이를 위해 헌신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본받겠다는 뜻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 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