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는 정부가 우리나라 암 발생률·사망률을 낮추는 역할 외에도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며 2000년에 만든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암 치료, 검진, 환자 돌봄 등 암 관련 분야에 전국 병원의 롤 모델인 국립암센터에 호스피스 병상은 없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부학장은 "호스피스는 외국 제도라 우리나라 문화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국립암센터가 직접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하면서 한국형 호스피스 모델을 만들어야, 전국의 호스피스 기관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은 다르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후지산 인근에 호스피스 병동(25병상)을 두고 있다. 일본의 호스피스 기관들은 일본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모델을 참고해 운영한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국립암연구소에서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국립암센터도 호스피스 병상을 지으려 시도한 적이 있다. 복지부가 2006년에 '제2기 암정복계획 수립추진'을 발표하면서, 국립암센터에 100병상을 짓기로 했다. 이후 2007년에 예산·인력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100병상 대신 우선 20병상을 짓기로 했었다.

그런데 2008년에 상황이 바뀌었다. 국립암센터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도 없는데, 센터 돈을 쏟으며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할 자신이 없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당시 원장은 "취임 직후 상황을 보니 '어떻게 호스피스 100병상을 짓는가'에 대한 대책은 없이 '지어야 된다. 나중에 해야 한다'며 탁상공론만 하는 중이었다"면서 "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해 다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보니, 매년 20억원씩 적자가 날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와 호스피스 병상을 짓는 것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국립암센터는 정부에서 받은 예산을 고스란히 다시 반납했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왜 국립암센터에 호스피스 병상이 없는가" 하고 질책하니, 국립암센터는 "우리는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하는 대신 호스피스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2012년 국립암센터에 호스피스 병상을 짓는 것이 다시 논의됐다. 국립암센터는 2018년까지 호스피스 20병상, 임종실 2병상을 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