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순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 민석(가명·18)군이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흔한 청소년 자살 사례 중 하나였지만 지인들 사이에선 민석이 부모가 서울의 명문대를 나온 '고학력 엘리트 가정'이란 점에서 충격이 컸다. 민석이는 그날 목숨을 끊기 전 엄마에게 '엄마와는 할 말이 없다'는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생 상호(가명·14)의 어머니 B(41)씨는 지난해 학교 상담 교사로부터 상호가 정서 행동 특성 검사 결과 '자살 고위험군(群)'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우등생이었던 상호의 중학교 첫 학기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그동안 상호를 위해 한 과목에 수십만원 하는 학원 과외에 돈을 쏟아부었다는 B씨는 아들에게 "너한테 들인 돈이 아깝다"는 등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B씨는 그로부터 얼마 뒤 상호가 노트에 '엄마를 죽이고 싶다'라고 쓴 글귀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는 자살·자해, 가출에 존속 살인 같은 극단적 선택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등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교생이 사흘(2.74일)에 한 명꼴로 자살하고, 자살 원인 1위는 '가정 문제(35%)'로 나타났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조사한 '2014년 한국 행복지수 국제 비교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74(OECD 회원국 평균 100)였다. 6년째 OECD 소속 국가 중 최하위다.

아이들의 불행과 일탈 배경에는 부모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고학력 부모들이 자기 욕심대로 아이들을 길들이면서 오히려 자녀 인생에 독이 되는 '독친(毒親·toxic parents)'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는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사이버 상담을 신청한 건수가 올 한 해만 5600여건에 달했다. 개발원의 양미진 상담실장은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고, 자녀에 대한 분노 표출이 즉각적인 경향이 있다"며 "독친은 아이들에게 '생애 초기 스트레스(early life stress)'를 줌으로써 '청소년 화병(火病)'을 유발하고, 이는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