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지도, 이런 거 다 옛말입니다. 그저 관리·감독이라도 잘하면 다행이죠."

경력 16년차 중학교 교사 김모(42)씨는 '요즘 학생들 지도하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이런 질문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지 보여주겠다며 중2 담임을 맡았던 지난해 겪은 일을 꺼냈다.

그날 아침 김씨는 전날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하교한 '주번' A양을 교실 앞으로 불러냈다. "교실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정해놓은 룰을 어기는 것은 나쁜 일"이라며 "앞으로는 청소 후 검사를 받고 집에 가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A양은 "학원 버스 오는 시간이 늦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 일과가 끝나지 않았는데 학원 버스 시간 때문에 청소를 내팽개치고 가는 게 잘한 일이냐"고 꾸짖었다. 갑자기 눈에 눈물이 맺힌 A양은 "왜 나만 야단치느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김씨는 회초리로 A양의 팔을 두 대 때리고 자리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A양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분에 찬 모습으로 김씨를 노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A양을 조퇴시켜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학부모는 "선생님 죄송합니다"하고 끊었다고 한다.

며칠 뒤 A양의 어머니가 교무실을 찾아왔다. 어머니는 다짜고짜 '그날' 일을 따져 묻기 시작했다. 김씨는 "사실 그날 저도 좀 흥분은 했지만, 꼭 체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나 A양 어머니는 "말로 해서 안 되면 폭력부터 휘두르는 게 교사냐"며 김씨를 몰아세웠다고 한다. 김씨는 A양 어머니에게 사과했다.

김씨는 "자녀의 말만 듣고 항의하러 오는 학부모들과는 대화가 쉽지 않다"며 "그저 '수업만 하면 되는 강사'처럼 사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자신이 입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월급 받는 존재"라며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가 전부라는 식으로 가르친 영향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