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가 고교생으로 가장해 온라인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불법 판매자와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 판매자는 니코틴 용액을 사진 찍어 보내주며‘갈변(갈색으로 변하는 현상) 없고 깨끗합니다’라고 선전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이모(26) 교사는 쉬는 시간에 한 교실 앞을 지나다 눈을 의심했다. 김모(17)양이 교실에 앉아 뻐끔뻐끔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교사가 다가가자 김양은 피우던 담배를 황급히 교복 주머니에 넣었다. 전자담배였다.

이 교사가 "어디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거냐!"고 나무라자 김양은 "담배보다 낫잖아요. 엄마가 담배 끊으라고 사줬는데요?"라고 항변했다. 이 교사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전자담배는 냄새가 나는 게 아니어서 심지어 수업 중에 교실 뒷자리에서 피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 모 고교의 한 여교사도 "담배 잡는 귀신으로 통하던 학생부 선생님들도 전자담배는 적발하지 못한다"며 "교사 모임에 나가면 전자담배 때문에 학교마다 난리"라고 했다.

담뱃값 인상과 사재기 등으로 담배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중·고교생들 사이에 전자담배가 확산되고 있다. 전자담배는 연기 대신 니코틴 수증기를 흡입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냄새가 나지 않고 연기처럼 보이는 수증기도 금방 사라진다.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액체 니코틴도 화장품 병 모양 용기에 담겨 있고 체리맛, 누룽지사탕맛 등 액상의 맛도 다양하다.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모(18)군은 "두 달 전부터 학교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웠는데 냄새가 안 나니까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면서 "니코틴 용액 종류도 다양하고 구하기도 쉬워 친구들도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에게 전자담배기기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중·고생들이 전자담배를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중고매매 사이트에 접속해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을 검색하자 '니코틴 액상 팝니다' 하는 판매 글이 수십 개씩 쏟아졌다. '고딩이라서 잘 안 뚫리네요'라는 글을 올리자 30분도 안 돼 판매자 2명이 댓글로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재차 '고등학생'이라고 밝히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도 1분도 안 돼 답장이 왔다. 업자들은 "나한테 샀다는 말만 하지 말라"고 했다. 이들은 갈색 병에 담긴 니코틴 용액 사진을 보내면서 "10㎖에 1만3000원인데 냉동 보관 중이라 상태가 좋다"며 입금 계좌 번호를 알려줬다. 한 업자에게 "교복 입고 갈 것 같은데 직거래도 되느냐"고 묻자 "주변 사람들한테 걸릴 일이 없지 않으냐. 월요일 6시에 ○○○동 근처에 와서 전화하라"고 말했다.

거리의 전자담배 매장도 별다를 게 없었다. 서울 종로구 일대 전자담배 매장 10곳 중 신분증을 요구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매장 주인들은 "박하 향부터 과일 향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고객님 입맛대로 액상을 선택하라"며 전자담배 기기를 건네기 바빴다. 종로구의 한 전자담배 매장 주인은 기자를 보며 "어려 보이는데 고등학생은 아니죠?"라면서도 "학생이면 현금으로 싸게 가져가라"고만 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불법 판매 현장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적발될 가능성은 낮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는 "경찰이 적발해 행정처분을 요청하면 해줄 뿐 따로 단속하지는 않는다"면서 "전자담배 불법 판매로 적발된 건 최근 3년간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전자담배

니코틴이 포함된 용액을 전자장치를 이용해 수증기로 만들어 흡입할 수 있게해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한 담배.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등 독성 물질이 일반 담배에 비해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런 유해성분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지속적으로 흡입시 폐, 신장, 목 등에 손상을 일으킬 수있어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