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전시장 벽에 60대의 모니터가 엑스(X)자로 걸렸다. 한 모니터에서 다음 모니터로 영상이 빠르게 흘러간다. 작품명 'W3'. 인터넷을 뜻하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다.

올해 국내외 미술계 화두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가 연초부터 물꼬를 텄다. 21일 개막하는 백남준 개인전 'W3'다. '톨스토이' '샬롯' 등 백남준이 평소 존경하는 작가들을 형상화한 비디오 작품 등 12점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항저우와 학고재상하이 전시에 소개돼 호평받은 작품들이다.

백남준의‘W3’(1994). 원래 모니터 64대로 구성된 작품인데 이번 전시에는 60대가 걸렸다.

가장 눈길 끄는 작품은 전시장 안쪽 방 전체를 메운 'W3'. 원래 64대의 모니터를 이어 붙인 작품인데 이번 전시에는 60대가 걸렸다. 각 모니터는 전체 재생시간 20분가량인 영상을 1초 간격으로 옆 모니터에 전달한다. 백남준 작품을 기술적으로 관리·보수하는 테크니션 이정성(71·아트마스터 대표)씨는 15일 전시장에서 "백남준 선생은 관람객 눈길이 작품에 3분간 머물게 하는 걸 최고 목표로 삼았다"며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백남준 재조명 바람은 바깥에서 시작됐다. 뉴욕에 있는 세계 굴지의 화랑 가고시안이 최근 백남준의 장조카이자 법적 대리인인 켄 백 하쿠다와 전속작가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백남준 작품 값이 재조명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 2013년에는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백남준 개인전이 열렸고, 영국 테이트모던은 지난해 3월 백남준 작품 9점을 구매한 데 이어 11월부터 백남준 전시를 열고 있다.

이달 29일이 9주기다. 이에 맞춰 경기도 용인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도 '백남준 추모 9주기'전을 연다. 학고재 전시는 3월 15일까지.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