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기자]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에는 범상치 않은 고교 타율을 자랑하는 신인 타자가 2명 들어왔다.

2차 지명에서 5라운드에 뽑힌 장충고 출신 송성문은 지난해 15경기 62타수 29안타(1홈런) 18타점 14득점 타율 4할6푼8리로 고교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해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다. 넥센 구단 관계자가 "성문이는 5라운드까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행운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기대가 큰 선수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송성문 바로 다음 라운드인 6라운드에서 넥센에 지명된 송우현은 잘 알려진 대로 한화의 레전드 투수 송진우의 아들이다. 송우현은 지난해 29경기에 나와 100타수 46안타 32타점 22득점 타율 4할6푼을 기록해 고교 타자 중 타율 2위를 차지했다. 송우현은 "아버지를 닮아 야구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는 6일 함께 대만으로 넥센 2군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런데 두 선수 사이에는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 체전이 열리기 전까지 이영민 타격상 수상 예정자는 송우현이었다는 것. 전국 체전 이전까지 타율 5할(84타수 42안타)을 기록하고 있던 송우현은 전국체전에서 16타수 4안타를 치면서 총 타율 4할6푼을 기록했다. 그 덕(?)에 전국체전에 나가지 않은 송성문이 타율을 뒤집어 수상자가 됐다.

송성문은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뒤 "우현이가 전국체전에서 마지막 한 타석에만 안타를 쳤으면 우현이가 탔을텐데 제가 타게 됐다"며 얼떨떨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송우현이 마지막 한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다면 4할7푼이 돼 2리 차로 송성문을 앞선다.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었고 누구도 알 수 없는 기록 싸움 끝에 송성문이 상을 차지했다.

지금부터는 전혀 다른 프로의 세계. 아무도 이들의 성공 여부를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송우현은 입단 직후 자청해 외야수로 전향할 만큼 야구에 대한 의욕이 높다. 송성문 역시 약점이었던 수비가 몰라보게 안정적으로 변해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타격 능력은 두 선수 모두 매커니즘이 뛰어나 초고교급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제는 프로에서 통하게 하는 것이 두 선수의 할 일이다.

같은 상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두 선수가 이제는 한 팀이 됐다. 송성문은 송우현과 지난해 말 유망주 캠프에 가기 전까지 화성구장에서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당시 송성문은 "우현이가 아쉬워하긴 했겠지만 저에게는 그런 티 없이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앞으로 프로 세계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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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문(좌)-송우현(우). 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