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하네요. 오늘만 벌써 6시간째 인터넷으로 취업 정보를 뒤졌는데 1년 계약직 자리밖에 없네요."

지난 16일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유모(26)씨는 "이러다 언제 취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4년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는 유씨는 "졸업 직후만 해도 대기업 하도급업체에 들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왜 좀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도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어리석었다"면서 "이젠 변변한 중소기업 취직자리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엔 될까… 入社면접 ‘아픈 하이힐’- 19일 입사 면접을 치른 서울 중구의 한 회사 앞에서 면접을 마친 한 여성 취업 준비생이 하이힐을 벗어들고 통화를 하며 걷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1.1%까지 치솟는 등 청년 고용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울산 북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직원 한모(23)씨는 "대기업 들어가려고 부산에 있는 4년제 대학교 경제학과를 다녔는데 취업이 너무 어려워 졸업도 미루고 기술을 배웠다"며 "친척 소개로 여기라도 들어온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산고용센터에 훈련비를 신청하러 온 김모(24·전문대 졸)씨는 "학교에서 추천해준 연봉 2000만~2200만원짜리 중소기업 취업을 거절한 친구들은 지금 전부 놀고 있다"며 "전문대 취업률이 높다지만 취업한 사람이 같은 과 동기 80명 가운데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울산에서 만난 청년들 모습이다. 청년 고용 상황이 1997년 외환 위기 당시만큼이나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내 최대 산업 도시인 울산에서도 청년들이 겪고 있는 이 같은 고용 한파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울산은 현대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같은 대기업의 주요 생산시설과 하도급업체 공장들이 모여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 도시다. 그런데 울산의 청년 고용률(15~29세 청년 중 취업자 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 평균(40.6%)보다 6.5%포인트 낮은 34.1%에 불과하다.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낮다. 2010년만 해도 서울, 인천에 이어 3위였는데 해마다 순위가 뚝뚝 떨어져 이제 꼴찌가 됐다. 전국 16개 시·도로 넓혀봐도 울산보다 청년 고용률이 낮은 곳은 강원도(33.3%)뿐이다. 10년 전인 2004년 말(45.5%)과 비교해 보면 11.4%포인트나 추락했다.

울산은 청년 고용 문제 축소판

이날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명촌사거리. 퇴근하던 현대차 직원은 대부분 40~50대로, 20대 청년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울산의 간판 대기업인 현대차가 청년들을 신규 채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은 2012~14년 3년간 신규 채용이 사실상 '제로(0)'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