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지난해 포스코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그가 투자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 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포스코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요즘 버핏의 관심 주식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는 최근 어떤 주식을 샀고 어떤 주식을 팔았을까.

버핏이 최근 투자한 회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국 최대 식품회사 크래프트푸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와 브라질 사모펀드인 3G캐피털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크래프트푸드에 약 480억달러(53조원)를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10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대형 빅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래프트는 미국 식품 제조업체로 맥스웰하우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연매출 규모 280억달러(약 30조8560억원)인 대표적인 내수업종이다. 경기 침체에도 매출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외부 환경의 영향도 덜 받아서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다.

올 초부터는 유럽 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독일 오토바이 장비업체 데트리프 루이스 모토라트페에트립스를 4억유로(약 5017억원)에 인수했다.

루이스는 오토바이 의류와 보조 기구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매장 71곳을 보유하고 있고, 직원은 1600명 이상이다. 연간 매출은 2억7000만유로 정도다.

세계적인 큰 손이 오토바이 장비회사 하나 인수한 게 뭐 그리 대수냐 싶지만 평소 미국 기업만 골라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한 버핏이기에 자연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난해 연례 보고서를 보면 매출의 85%가 미국 회사에서 나온다. 국외에서 버크셔해서웨이가 성사시킨 가장 큰 인수건은 2006년 이스라엘의 금속절단공구 생산업체 이스카메탈워킹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지분 80%를 40억달러에 사들였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버핏이 유럽 시장을 밝게 본다는 의미도 된다. 버핏은 “이번 인수 규모는 우리가 보통 하는 것보다 작지만, 문을 여는 지렛대(door opener)의 의미가 있다”고 말해 유럽 투자를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유로존의 경제상황과 관련해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버핏은 지난 31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회견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것은 유로존에 나쁜 일이 아닐 수 있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은 유로존에 건설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로존은 출범한 순간부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꼭 유로존이 실패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유로존 회원국이 꼭 지금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렉시트 우려가 반복돼 나올 때마다 유럽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는 것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시장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딜러십 회사 밴튤을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최근 거래를 마무리했다. 버크셔가 밴튤을 인수한 데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버핏의 낙관적인 전망이 배경이 됐다. 그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예상보다 더 빨리 회복됐다며 이 부문의 투자를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1월에는 프록터앤드갬블(P&G)의 듀라셀 배터리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P&G는 듀라셀을 넘기는 대신 버크셔해서웨이가 가지고 있는 47억달러(약 5조1500억원) 규모의 P&G 주식을 받기로 했다.

반면 에너지주, 철강주 등에서는 손을 떼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 원유개발업체 엑손모빌의 주식 4100만주를 전량 매도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013년 엑손모빌의 주식을 처음 사들이기 시작해, 평가액 기준으로 37억달러(약 4조900억원)가 넘는 주식(4000만주 이상)을 보유했다. 당시 엑손모빌 6대 주주였다.

버핏은 또 미국 정유업체 코노코필립스의 주식도 대부분 매각해 지난해 9월 기준 47만1994주를 보유했다. 전체 투자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미만이다.

지난해 4월부터 6월 사이에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4.5%(394만7555주)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철강 산업 부진이 장기화하자 성장세가 당분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지분을 매각했다는 분석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2007년 포스코 주식 4.6%를 취득했고, 2009년에는 지분을 5.2%까지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