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삼 송도고 교장·前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인천의 송도고등학교 교정에는 군복 차림의 젊은이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다.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의 동상이다. 해마다 6월 29일이 되면 그의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이 교정에서 거행된다. 금년 추모식에는 제2연평해전 당시 다섯 살배기였던 고1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윤 소령의 나라 사랑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해군 주니어 ROTC'를 창단했다.

영국 사람들은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군이 나폴레옹의 대군을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웰링턴 장군의 모교인 이튼스쿨의 교육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이 주변 열강들의 위협 속에서도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집어삼킬 수는 있어도 결코 소화시킬 수는 없다'는 유대인의 강인함도 꼽을 수 있겠지만 가정마다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전사자를 가문의 명예로 여기는 나라 사랑 교육을 빼놓고는 온전한 설명을 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고등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3년간 군복무를 한다. 여학생도 예외는 아니어서 2년간 군복무를 해야 한다. 대학 공부는 군복무를 마친 후 시작한다. 나라가 쇠하면 개인의 출세와 행복도 멀어지기에 국가안보를 지식교육에 선행하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도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영토와 영해와 영공이 북한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도 우리네 교육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을 가르치는 일에 너무 소홀하다. 국방예산 37조원을 훨씬 넘는 55조원의 교육예산에도 우리네 학교 교육은 학생 개인의 출세를 위한 대학입시와 남보다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취업 준비에 치우쳐 있다.

반면 학생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고, 우리가 지켜야 할 국토의 소중함과 나라 사랑을 교육하는 투자에는 너무 인색하다. "교육에 모든 걸 바치고도 아무것도 못 건지는 딱한 민족"은 오래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서울지국장이 한국을 떠나며 남긴 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생 상당수가 6·25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 헷갈려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젠틀맨'으로, 3·1절을 '삼점일절'로 알고 있으며, 상당수 대학생도 개천절과 현충일의 차이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예산 55조를 넘게 쓰는 나라의 실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