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의 여성 조합원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노동계 간부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12년 11월부터 울산 민주노총을 이끌어 온 강모(48) 본부장은 임기 5개월 여를 앞둔 이달 16일 일신상 사유로 돌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나흘 뒤인 20일 민주노총 울산본부 긴급운영위원회에서 집행부 동반 사퇴까지 확정됐다. 강 본부장의 사퇴 이유는 다름 아닌 ‘성폭력’이었다. 강 본부장은 노동 운동을 하면서 교제하던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역본부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민주노총 사과문

민주노총은 24일 홈페이지에 ‘울산지역본부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민주노총 사과문’과 ‘성폭력 가해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이 사과문에서 “지난 16일 울산지역 본부장이 사퇴했다. 사퇴 사유는 성폭력”이라며 “성폭력 피해 당사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사건 발생 즉시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을 먼저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공론화 의사가 없었던 피해자의 뜻에 반하여 결국 사건이 드러나게 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울산본부장 사퇴 직후 일부 울산본부 임원들이 사퇴 사유를 알린다며 발송된 문자가 가해자의 시각으로 작성되었고, 그로써 2차 가해가 나타난 점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이를 예방하지 못하고 상급 조직으로서 적절히 지도하지 못한 점에 대한 민주노총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성폭행 가해자 강모 본부장이 올린 사과문

이와 함께 성폭력 가해자인 강 본부장이 올린 사과문을 보면, 그는 만취 상태로 피해자에게 수 차례 전화해 “당신은 운동 몇 년 하셨냐, 나는 20년 넘게 했다. 우리는 섹스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중요한 관계다” “애인할 자신 없으니 섹스하는 친구로 지내자” 등 언어 폭력을 가했다.

그는 “상대방이 연락하지 말라 그랬으나 지속적으로 새벽에도 계속 전화를 한 부분 등 스토킹 행위라고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거부하는데도 신체의 일부를 사진 찍어 보내달라 하고 폰 섹스를 요구했다”면서 “사전에 스킨십을 하지 않기로 했으나 숙박업소에 들어가 피해자 의사와 반하게 성관계를 한 것이 성폭력임을 인정하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힘들어하는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강 본부장은 피해자 요구에 따라 향후 3년간 노조의 비선출직 간부 등 공직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또 3개월 이내 최소 10회 이상 가해자 교육을 이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