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4일 "제네시스 브랜드로 세계 고급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고급차 시장 규모는 연간 830만대, 2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매년 10% 안팎의 고(高)성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고급차 시장은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계 3사(社)가 판매량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독일의 아성이 워낙 견고해 일본의 닛산과 혼다,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 등 수많은 업체가 도전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성공한 기업은 렉서스 브랜드로 점유율 6.9%를 달성한 일본 도요타뿐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세계 고급차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현대차의 도전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차는 1990년대 말 미국 시장에서 '10년간 10만마일 무상 보증'이라는 파격 카드로 싸구려 이미지를 극복한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모두가 '10년 보증'은 불가능하다 말렸지만 현대차의 총력전 덕분에 단숨에 품질의 벽을 돌파했고 세계 5위의 글로벌 메이커로 부상했다. 현대차가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 고급차 시장의 장벽을 돌파하겠다는 목표 역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력(主力) 산업들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제조업 매출은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줄었고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제조업이 사는 길은 창조적 발상과 기술 혁신으로 전 세계 소비자가 이름만 들어도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뿐이다. 삼성은 고급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 브랜드로 애플과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데 성공했다. 규모는 작지만 설화수나 초코파이, 소녀시대 역시 우리만 만들 수 있는 브랜드다. 앞으로 우리는 주력 산업에서 이런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제네시스(genesis)라는 말 그대로 기업 스스로 신기원(新紀元)을 열어야 기업도 살고 국가 경제도 나아질 것이다.

[[사설] '美·中 사이 편들기'라는 인식 자체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