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위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한국 제약 사상 최대인 총 4조8000억원 규모의 신약(新藥)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이 프랑스 사노피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당뇨 신약은 약효 지속 시간을 대폭 늘려 당뇨 환자들이 최장 월 1회만 주사하면 되도록 한 획기적 신약이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임상 시험 상태인데도 사노피가 수입하기로 한 것은 이 신약의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뜻일 것이다.

한미약품의 성공은 매년 매출액의 약 10~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신약 개발에 매진한 결과다. 다른 제약사들이 외국 약품을 수입해 팔거나 특허 만료된 복제약을 찍어내며 편하게 돈 벌 때 한미약품은 공격적인 R&D 투자에 나섰다. 2000년대 이후 한미약품의 누적 R&D 투자는 9000억원에 달한다. 그 결실이 올해 들어 초대형 신약 수출로 돌아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엔 7000억원 규모의 면역치료제, 7월엔 8000억원 규모의 폐암 치료제를 해외에 파는 계약을 맺어 '수출형 제약'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주었다.

한미약품도 10년 전까지는 리베이트(약품 사용 대가로 의·약사에게 제공되는 금품·향응)를 뿌리는 영업력의 제약사로 유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리베이트 규제에 나서면서 복제약 영업이 한계에 부닥치자 R&D 신약 개발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부터 좁은 국내 시장 대신 수출 시장을 겨냥한 신약에 승부수를 걸었다.

한국 제약업체가 초대형 글로벌 제약사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는 힘이 부친다. 한미약품이 15년간 쏟아부은 R&D 투자액도 화이자가 1년간 쓰는 R&D 금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미약품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했고 이것이 성공을 거뒀다. 과감한 R&D 투자에 한국 제약, 나아가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연구개발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한미약품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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