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비영리 모금계의 '큰손' 대릴 업설(Daryl Upsall·사진) 'DUCI(Daryl Upsall Consulting International)'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대릴 대표는 1993년부터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에서 7년간 펀드레이징 이사로 활약하며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모금한 베테랑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국제 모금컨설팅 회사 DUCI는 125개국 175개 비영리단체의 모금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3일 '2015 국제기부문화 선진화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글로벌 비영리단체 모금 트렌드를 들었다.

―글로벌 비영리 모금 시장은 어떻게 변해왔나.

"1990년대부터 인터넷 모금이 눈길을 끌었다. 비영리단체 중 처음으로 웹사이트 모금을 시작한 그린피스는 인터넷에서만 한 달에 5만달러(약 5600만원)를 모금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좀 더 발전해 '저스트기빙(justgiving)' 등 온라인 기부 포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부자의 선택권이 중요시되면서 프로젝트(사업)별로 기부할 수 있는 마이크로크레딧, 크라우드펀딩 같은 채널도 급부상했다. 다이렉트TV(DRTV), 유튜브 등 저비용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메시지 전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 비영리단체의 기부금 구성을 살펴보면 개인 기부금이 기업 기부금보다 훨씬 많다. 기업 기부자 발굴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가 많아지고 있는데.

"한국 재벌기업의 경우 기부는 물론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도 오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비영리단체와 기업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주주가 경영에 깊게 개입하는 유럽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와 고객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에 따라 기부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많은 일회성 개인 기부자들은 정기 기부자로 변환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중간 수준 기부자는 주요 기부자의 근간이기도 하다. 개인 기부자 발굴은 비영리단체에 있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개인 기부자를 발굴, 유지·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기부자가 비영리단체를 사랑하게 만들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서 물이 새어나가듯 빠져나간다. 기부자가 우리 단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관계를 쌓았다면 기부금을 늘릴 의사가 있는지, 지인에게 우리 단체를 추천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사 결과 요청을 받은 기부자의 35%는 기부금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의 개인 기부자는 3~4인의 잠재적 기부자를 추천하고, 이 중 15%는 월간 기부자로 가입한다. 거절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런 상호작용이 없었던 사람보다 거절 의사를 밝힌 사람이 향후 기부자가 되거나 다른 응답을 줄 확률이 더 높다."

―자원이 부족한 비영리단체가 모금 전문가를 어떻게 채용, 육성할 수 있을까.

"비영리단체가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풍족한 자원이 아닌 비전과 열정, 일할 의지가 있는 구성원이다. 비영리의 모든 활동이 무상 봉사로 진행돼야 한다는 인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부족한 성과를 자원의 결핍 탓으로만 돌리는 것 역시 현명하지 않다. (DUCI가 최근 70개국의 펀드레이저 700여명을 대상으로 직업적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영리 모금 전문가의 절반은 좀 더 책임감 있는 일을 하기 위해, 42%는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의 직업을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은 22%에 그쳤다.)

―한국의 비영리단체들에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끊임없이 요청(Asking)해야 한다. 비영리 모금 전문가는 책상 뒤에 앉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라. 내가 1992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할 당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6개월 안에 목표액의 2배가 넘는 250만달러(약 28억원)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도움을 요청받은 봉사자·기부자·전문가의 참여·기부·프로보노(Pro bono)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퇴근한 후 밤 10시까지 무보수로 캠프 일을 도왔다. 2010년 무일푼으로 설립된 '크리스재단(Cris Cancer Foundation)'도 마찬가지다. 재단 설립자인 크리스는 자신의 비전을 나와 공유했고, 나는 그들의 첫 번째 기부자이자 모금 컨설턴트로 봉사했다. 그 결과 지금 크리스재단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비영리단체로 성장했다. 망설이지 말고 요청해라. 비전이 있다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분야의 아름다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