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근로자가 아닌 수련교육자라는 기준을 담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제정 법률안’(전공의 특별법)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공의들은 수년간의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환영한 반면, 병원업계는 인건비부담이 늘어났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전공의특별법은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주당 88시간(교육시간 8시간 포함) 초과하지 못하게 했다. 전공의가 퇴근하지 않고 연속해서 근무하는 의미의 연속 근무는 36시간(응급 상황시 40시간)을 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병원장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각 병원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국가시험에 통과하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면허를 받는다. 전문의가 되려는 의사는 인턴 1년간 기초적인 진료 교육을 받고, 25개 진료과 중 하나를 선택해 레지던트 4년의 수련교육을 받는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해당 진료과의 전문의 자격을 얻게 된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응급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있다. 그동안 주당 100시간 근무 등 전공의들의 높은 업무강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병원업계는 그동안 전공의를 전문의 과정을 준비하는 수련교육자로 대우하지 않았다. 의사 평균 연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연봉 3000만~5000만원에 응급실 진료, 야간 당직 등 힘든 일을 맡는 근로자로 인식해 왔다.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들은 주간 100시간, 연속 근무 48시간 등의 과도한 업무를 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00년 말부터 국회에 전공의 특별법 제정을 건의해 왔다.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는 수련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전공의들은 항상 피곤한 상태에서 응급 환자를 진료하거나 상담하는 일이 많다”라며 “진료 경험이 부족한 데다 잠까지 모자라 심각한 의료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특별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은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내, 연속근무 16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미국이나 국내 일반 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주당 40시간)을 고려하면 아직 전공의 특별법만으로 부족하다”라며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전공의를 수련교육자로 인식하는 방안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공의 특별법이 불편한 곳은 병원들이다. 병원은 전공의들의 줄어든 근무 시간만큼 해당 진료를 다른 의사들로 채워야 한다. 일부 병원은 계약직 의사들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전공의 연봉의 2배 이상을 줘야 한다는 부담을 호소했다.

의사 출신인 문정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전공의 특별법의 책임은 병원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전공의 특별법은 병원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법”이라며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