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노동 개혁 5법 저지 투쟁' 공언]

청와대는 9일 오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제안'으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10일 정오 이후로 미뤄진 것에 대해 "조계종 입장을 고려해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상황 변화가 없다면 내일 정오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경찰이 조계사에서 은신해온 한 위원장에 대한 영장 강제 집행에 나선 데는 '법치 확립'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간 민노총이 주도한 11월 14일 서울 도심 불법·폭력 집회를 강하게 비난해 왔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는 "(당시의) 불법·폭력 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法治)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또 한 위원장을 지목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노총 위원장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서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폭력 집회를 주도했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종교 단체에 은신한 채 공권력을 우롱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조계사에 경찰력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택한 또 다른 이유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노동 개혁'과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노·사·정(勞·使·政) 합의에 따른 노동 개혁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은 민노총으로 대변되는 대기업 강성 노조 때문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기득권 집단(민노총)을 대변한다'고 했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현 민노총 지도부를 엄정한 잣대로 처벌해 그 기세를 꺾지 않는 한 노동 개혁은 어렵다"고 했다. 현재 민노총은 '노동 개혁 5법 저지 투쟁'을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지금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막판에 영장 집행을 하루 미룬 것은 순전히 불교계의 요청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 외에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불교계의 어른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한 이상 그 약속은 지켜질 거라 믿고 있다"며 조계종 측과의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청와대와 직접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의 입장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