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대로 지나면 우리나라 246개 지역구 선거구가 법적 효력을 잃고 사라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다. 올 연말까지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1로 고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14개월째 선거구 획정을 방치해 왔다. 최종 시한을 이틀 앞둔 30일에도 여야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협상조차 벌이지 않았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1월 1일이 되면 모든 선거구는 사라지고 800명에 가까운 예비 후보들은 법적 자격을 잃게 된다. 새로 예비 후보로 등록할 수도 없고 후원회도 만들 수 없다. 중앙선관위는 어쩔 수 없이 1일 이후에도 기존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편법적 조치다.

여야는 그간 지역구 의석을 246석에서 253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비례대표를 여야에 어떻게 배정할 것이냐를 놓고 다투고 있다. 비례대표 2~3석이 오고 가는 문제로 획정안 전체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과 상관없이 지역 활동이나 후원금 모집이 자유로운 현역 의원들로서는 선거구 무효 상황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만일 그런 속셈으로 획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면 정말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직무 방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여야는 오늘이라도 협상을 재개해 조속히 획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만약 31일 밤까지도 처리가 안 되면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는 비상수단을 발동해야 한다. 직권 상정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여야 간 막판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고도 여야가 합의안을 내지 않거나 직권 상정안을 무산시킨다면 입법부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장 국회를 탄핵하자거나 국회의 선거구 획정 권한을 박탈하자는 국민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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