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2일 회의에서 4월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 합의에 실패했다. 국회는 작년 연말까지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1로 고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14개월째 이를 방치하다 올 들어 246개 선거구의 법적 효력이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역구 획정안을 직권 상정하겠다며 선관위 선거구획정위에 안(案)을 내달라고 했으나 또 무산된 것이다. 이로써 선거구 획정안을 8일 본회의에 상정하려던 정 의장 계획도 차질을 빚어 선거구 부재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직권 상정이 이루어져도 여야 모두 영호남 지역구가 줄어드는 직권 상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은 "노동개혁법을 포함한 경제활성화법을 처리하지 않고는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며 관련없는 법안을 연계하겠다고 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새해 들어 선거구가 무효가 되는 바람에 예비 후보자는 선거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예비 후보 등록도 막혀 있다. 중앙선관위는 "작년까지 등록한 예비 후보에 대해 임시국회가 열리는 8일까지 선거운동 단속을 유보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예비 후보 700여명이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편법일 뿐이다. 헌법기관인 국회가 법을 위반하고 선관위가 편법을 쓰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총선 후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4월 총선이 끝나면 낙선한 예비 후보자들이 "선거구 무효 사태로 불이익을 당했다"며 대거 선거 무효 소송을 낼 수 있다. 법을 꼭 고쳐야 할 때 고치지 않은 것(不作爲)에 대한 위헌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예비 후보자들 사이에선 벌써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 현역 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유권자들 여론이 50%를 넘는 지역구가 많다. 선거구 획정과 상관없이 지역 활동이나 후원금 모집을 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은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며 선거구 획정을 더 미루는 게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정치 신인들의 등장을 견제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현역 의원들에게 더 이상 선거구 획정을 맡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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