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13일 출범했다. 검찰이 특수수사 화력 강화를 위한 회심의 반전 카드다. 특수단은 현판식 없이 서울고검 12층 체력단력장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중수부 부활'이란 따가운 시선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다. 새로 출범한 특수단의 면면과 운영 계획 등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안강민, 심재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검사들이 가장 선망하는 자리였다. 검찰의 자부심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이끌면서 거악과 맞서 싸웠다. 전·현직 대통령과 그들의 친인척 비리를 파헤쳤고, 권력 실세들을 감옥에 보냈다.

하지만 중수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검찰은 수사력 부재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대형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헛발질이 잦아졌다. 재판에서는 줄줄이 깨지고 있다.

작년 12월 취임한 ‘김수남 검찰’이 제시한 회심의 반전 카드는 ‘부패범죄 특별수사단’ 신설이었다. 수사력을 집중 시켜, 무뎌진 검찰 수사력을 회복하려는 특단의 조치다.

◆ 특수단, 현판식 없는 출범..."시작은 초라하지만···." 비장감

김기동 초대 특별수사단 단장이 13일 오전 9시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특수단은 검찰총장 직속 수사팀이다. 검찰총장 외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는다. 평소 운영 인력은 최소화하고 대형사건이 있을때 전국에서 검사를 파견받아 수사하는 것도 중수부와 유사하다.

특수단 단장 아래 주영환(46·27기) 부장검사가 1팀장, 한동훈(43·27기) 부장검사가 2팀장을 맡았다. 부부장 검사 2명, 수사관 10명도 배치됐다.

특수단은 이름부터 사무실까지 중수부의 흔적을 지우려 노력하고 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있던 ‘부패범죄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름을 따왔다.

김기동 초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

13일 아침 8시50분쯤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은 서울고검으로 출근했다. 현판식은 없다. 서울고검 12층 체력단력장을 고쳐 사무실로 쓴다.

중수부 근무 경험이 있는 부장검사는 “합동수사단 등은 모두 현판식을 했는데 현판식마저 안하는 것은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수사) 결과로 가치를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 원전비리 수사단, 방산비리 수사단에 이어 부패범죄수사단까지 대형수사단 지휘 0순위

특수단 단장인 김기동 검사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9년 사법시험 31회 합격해 1995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특수1부장,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대전고검 차장 검사를 지냈다.

김기동 초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이 지난 12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3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재임 때는 원전비리 수사단장, 2014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때는 방산비리 정부합동수사단 단장을 맡았다.

2014년 11월 방산비리 합수단은 검사 18명과 군검찰관 8명 등 117명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 규모 정부 합동수사단이었다. 김 검사장의 리더십이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검사장은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를 이끌어낸 평검사회의를 주도한 검사 중 하나다. 평검사회의는 검사들의 검찰 개혁 요구를 수렴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서울지검 평검사 90명은 2003년 2월 15일 특검제 상설화, 외부인의 인사평가 참여 등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밝혀온 검찰개혁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제기했다.

김 검사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얼마 남지 않은 전통 특수통이다.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고 했다.

◆ 평검사땐 마약수사 최우수 검사로 선정, 자존심 강한 특수통

김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 강력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검사 임관 3년째인 1998년 부산지검 강력부가 수사한 ‘부산구치소 히로뽕 반입 사건’ 수사 주임 검사였다. 재소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마약을 구치소 내로 반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마약 수사 최우수 검사로 선정됐다.

김 검사장은 2007년 수도권의 대형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부패범죄 특별수사본부에서 ‘제이유 그룹 정관계 로비’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특수1부 부장이었던 최재경(54·사법연수원 17기) 부장이 수사를 지휘하고 김기동 부부장이 팀장을 맡았다.

특수1부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있을 때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 검사장은 김경준씨를 직접 심문하기도 했다.

김 검사장은 BBK수사 중 명예를 중시 여기는 성격 탓에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언론사가 `BBK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김경준씨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구형량을 줄여주겠다는 등 회유했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냈다.

검찰 내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검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는 “검찰에 확인도 하지 않고 추측 보도를 해 명예가 실추됐다”며 소송을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