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의 정부 학자금 대출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가 최근 발간한 2015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 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서울대 학생은 3721명으로 1년 새 42%(1097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금액도 151억3400여만원에 달했다. 지난 2012년(114억4500여만원)과 비교하면 2년 사이 32%나 는 것이다. 서울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인문대·사회대가 245만원, 공대는 300만원으로 사립대의 70% 안팎이다.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서울 지역 주요 대학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도 증가 추세다. 고려대는 2014년 장학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1만305명으로 2012년보다 34% 증가했다. 서강대는 2014년 대출 학생 수(3518명)가 2012년(2982명)보다 18% 늘었고, 대출액은 133억원에서 167억원으로 2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도 2014년 대출 학생 수(7222명)가 2012년(5902명)보다 22.4%, 대출액은 273억원에서 345억원으로 26.5% 늘었다.

서울대 등 전국 대학 대부분은 지난 5~7년간 등록금을 일부 내리거나 동결해왔다. 그런데도 국·공·사립 가릴 것 없이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급증하면서 한국장학재단이 집행하는 정부의 대학 학자금 대출액은 2010년 3조7000억원에서 2014년 10조7000억원으로 3배 가깝게 늘었다.

이는 그동안 학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왔던 한국의 가계(家計) 경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과 부모 세대의 조기 퇴직 증가 등으로 집에서 학비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 학생이 늘어나면서 학자금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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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증가와 함께 졸업 후에도 대출금을 갚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학생도 늘고 있다. 2015년 15~29세의 청년 실업률(9.2%)이 1999년(11.3%)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생 정모(여·25)씨는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채우고도 2년 내리 취업하지 못해 졸업을 미루고 있다. 대학을 다니는 5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고생했던 정씨는 대출 900만원에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1000여만원도 갚아야 한다. 정씨는 "방학이 되면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선순환 고리가 끊어진 상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해 7월 시민 단체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한국장학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가압류 등 법적 조치를 받은 학생·졸업자 수는 2014년 6552명으로 2009년(649명)의 10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 금액도 36억원에서 453억원으로 12배가 넘게 늘었다.

지난 2013년 서울대를 졸업한 한모(여·26)씨는 재학 5년 동안 빌린 1300만원이 넘는 학자금을 갚느라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영어·수학 과외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지원했던 기업 10여 곳의 입사 시험에 탈락하면서 대출금을 갚을 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자금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의 소비가 위축되면 국내 경기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