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이펙트라는 기업이 2009년부터 만들어 팔았던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숫자만 27명이다. 그중 사망자가 14명으로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사망 78명)과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사망 15명)에 이어 셋째로 많다. 그런데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1년 폐업해버려 피해자들이 배상을 청구할 곳도 없게 돼버렸다.

황당한 것은 직원 10명 정도밖에 안 됐던 이 회사는 인터넷에 나오는 설명을 보고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세퓨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가 원료로 사용한 PHMG보다 독성이 4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PGH를 썼다고 한다. 거기에 물을 적당히 섞어 살균제를 만들었으면서도, 'EU 승인을 받았고 마시더라도 무해한 수제 가습기 살균제'라고 광고하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구멍가게 수준 업체가 유해성이 불확실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코로 흡입하는 상품을 만들어 팔아도 당국의 점검·단속이 없었다는 사실이 우리의 화학물질 관리 수준을 말해준다. PGH는 덴마크의 케톡스라는 업체가 농업용으로 제조했던 물질이다. PHMG 역시 1996년 SK케미칼이 항균 카펫 등에 첨가제 용도로 쓰겠다고 환경부에 신고한 물질이다. 그걸 옥시가 가습기 세정제로 용도를 바꿔 쓰는 바람에 대량 인명이 희생되는 결과를 낳았다.

PHMG나 PGH는 피부 접촉 때 독성이 약하면서도 살균력은 뛰어나 물티슈·샴푸 등 용도가 다양하다. 국립환경과학원도 2000년과 2003년 PHMG와 PGH를 '유해하지 않은 물질'로 분류해 관리해왔다. 문제는 이걸 코로 흡입하는 용도로 변경해 쓰는 과정에서 어떤 건강상 위험이 있는지 제조업체나 당국 모두 확인하지 않았던 데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4만여 종에 달한다. 그중 유해성 정보가 확인된 것은 6000여 종에 불과하다. 화학물질은 극히 적은 양으로도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정부가 특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때다.

[[사설] 새 차원의 中東 大전략 나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