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로부터 보석·집행유예 석방 조건으로 1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유정 변호사가 개업 이후 수임한 형사 사건 26건 중 12건이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고교 선배가 재판한 사건이었다고 한다.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가 2014년 말 개업 이후 수임한 사건을 분석한 결과다. 모두 항소심 사건이었던 이 12건 중 최 변호사는 6건에서 감형(減刑)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최 변호사가 맡아 유리하게 이끌어낸 판결이 모두 개인적 친분 덕을 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적 연고가 있는 사건을 수임해 비교적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동기(同期), 학교 동문, 동향(同鄕)이라는 친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최 변호사가 2심 재판을 맡았던 유사수신업체 소유주 송모씨의 구치소 접견록을 보면 사건이 어느 부에 배당되는지가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관건이라고 최 변호사가 송씨에게 설명했다는 대목이 있다. '유리한 재판부'로 거론된 곳의 재판장들은 모두 최 변호사의 연수원 동기들이다.

최 변호사는 검찰 내 인맥도 활용했다. 그는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고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을 두 차례 찾아가 "구형량을 깎아달라"고 청탁했다.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찰은 정 대표에 대한 항소심 구형량을 1심보다 6개월 깎아줬다.

법조 비리가 판치는 데는 전관예우도 문제지만 학연·지연 등으로 이어지는 '친분(親分)예우'가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송사(訟事)가 시작되면 판사와 연고(緣故) 있는 변호사부터 찾는 법조 문화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선 판사들은 자기와 친분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은 스스로 재배당을 요구하거나 친분 관계를 법정에서 솔직하게 공개한 뒤 재판을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법원·검찰이 전관예우, 친분예우 같은 뒷말을 계속 듣게 되면 사법 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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