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지난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에게 살해당한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 움직임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17일 오후 4시쯤 트위터에는 “강남역 10번 출구, 국화꽃 한 송이와 쪽지 한 장, 이젠 여성폭력, 살해에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라는 트윗이 올라왔다.

트윗 작성자의 ID는 피해 여성이 살해당한 시각을 뜻하는’0517am1’(5월 17일 오전 1시)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사건이 발생한 상가 건물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출구였다.

한 시간 뒤에는 강남역 10번출구에 국화꽃 한 송이와 추모의 글을 담은 쪽지를 남겨 피해 여성을 추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 트윗은 하루 만에 4900회 이상 리트윗되며 확산됐다. 제안에 호응한 시민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 벽면에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국화꽃 한송이와 쪽지 한장’ 프로젝트가 제안된 지 만 하루 만인 18일 오후 4시까지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에는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글이 적힌 포스트잇 300여장이 붙었다. 바닥에는 국화꽃과 안개꽃 50여 다발이 놓였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시민들이 강남역 유리벽면에 붙이고 있다.

포스트잇에 적힌 글들은 “당신(피해 여성)의 잘못이 아니다” “이 범죄에서 유일한 우연은 새벽 1시에 그녀가 이곳에 있었던 것뿐이다” “나는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여자임에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다행인 세상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의 삶은 누가 보상하느냐” 등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범죄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추모와 비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마지막 순간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공포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이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피해자를 추모하자” “한국 여성은 누구든 혐오에 노출돼 있다. 혐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해다” “여성이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

오후 6시부터는 ‘강남살인남’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로 올리자는 운동도 제안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1시 7분쯤 서초구 서초동 한 상가 건물 2층 공용 화장실에서는 1층 식당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회사원 A(여·23)씨가 화장실을 찾았다가 김모(34)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가슴과 어깨 등을 찔렸다. A씨와 김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전 10시쯤 강남역 인근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16일 오후 11시 40분부터 아무 여성이나 살해하기 위해 화장실 안에 숨어 기다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동기에 대해 김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자주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지 정신감정과 프로파일링 등을 통해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