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 약국 밖에 설치한 의약품 자동판매기에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판기에 원격 화상(畵像) 통신기기를 달아 구매자가 약사와 상담한 후 약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구입 가능한 약은 의사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 의약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등 의료계는 '의약품 오남용 사고가 발생할 것' '원격 의료로 가기 위한 준비 단계'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2012년부터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 등 일부 가정상비약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말이나 밤늦은 시간에 약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많다. 약사회에서는 당번약국제를 운영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문을 연 약국을 찾다 허탕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상 자판기를 도입해 60개 정도 의약품을 추가로 구입할 수 있으면 이런 불편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자판기 설치와 운영은 약사들이 하고 그 수익도 약사들이 가져가게 돼 있다. 약사들에게도 매출 증가에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 시스템 자체도 약사가 개발한 것이다. 그럼에도 약사회 등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원격 의료와 관련성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 안전성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정부가 조금만 변화를 시도해도 안전성이나 의료영리화를 이유로 저지 투쟁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 때도 약국들 저항이 거셌지만, 시행 이후 약국 매출에 별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계는 국민 편의 증진을 위한 규제 완화에 습관적으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나가면서 가능한 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설] 朴 대통령, 親朴들 호위받으며 뭘 어찌하겠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