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5년간 맡은 사건의 의뢰인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변호사 비용을 얼마 줬는지, 홍 변호사가 검찰 로비를 약속하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국민은 검찰이 검찰 출신 변호사의 대(對)검찰 로비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긴 어려울 거라고 보고 있다. 선배 상대 수사인 데다가 검찰 조직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건 국민의 그런 불신을 씻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이다.

이번 사건에선 홍 변호사라는 '전직 검찰'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를 지낸 '현직 검찰 간부'도 의혹을 사고 있다. 그 부장검사는 정운호씨 변호사였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로부터 "구형량을 깎아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실제 정 대표에 대한 항소심 구형량을 1심보다 6개월 깎아주는 과정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정씨 측 보석 신청에 대해 '알아서 결정해달라'는 의견을 항소심 재판부에 낸 것도 아주 이례적이다.

문제의 부장검사는 최 변호사와 대학 1년 선·후배 사이인 데다 동향(同鄕)이고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그런 관계만 갖고 의심하는 건 당사자로선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만큼 본인의 결백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검찰이 철저하게 가리고 넘어가는 게 맞다. 만일 최 변호사와 문제 부장검사의 관계가 정 대표 사건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쳤다면, 검찰이 통화 내역 등을 통해 그런 정황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검찰이 '전관(前官)'을 철저하게 수사해 많은 사실을 밝혀낸다 해도, 현직(現職)에 대해선 대충 넘어가려 한다는 인상을 풍기면 결국 검찰 수사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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